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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you Mar 24. 2023

봄을 기다리는 마음

흥미로운 연구소 “로운(lawn)” vol.3

 아직도 차 사이에 끼어드는 것은 너무 무섭지만, 무사히 차선을 옮기고 나면 노란 개나리가 활짝 핀 돌산 같은 곳이 반겨준다. 노란 개나리 앞에서 안도의 옅은 한숨을 쉬고 나면 곧 짙은 색의 한강이 나왔다. 그게 너무 예뻐서 목요일이 즐겁기도 하다. -어느 목요일의 일기

 서투른 운전을 응원해 주던 노란 개나리가 핀 돌산은 응봉산이었다. 그것을 알게 된 것은 그 후로도 한참이나 지나 다음 해 봄이 돌아와서 노란빛 언덕을 도는 운전이 익숙해졌을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동부 간선로를 한참 달리다가 성수대교로 진입하는 구간이 바로 응봉산 곁이었다. 내비게이션이 지시하는 대로 앞만 볼 뿐 내가 달리고 있는 길도, 지형도 모르는 서투른 운전 실력으로 매주 나는 한강을 건너갔다. 한 시간 넘게 걸리는 그 구간은 계절로 빛났다. 봄에는 노오란 개나리가 나를 응원해 주었고, 개나리가 지고 나면 동부 간선로 강가에 장미가 피어올랐다. 가을엔 갈대 빛으로 춤추고 겨울엔 가끔 하얀 눈밭을 달릴 수 있었다. 차를 토도독 두드리는 소리가 즐거운 장마철에도 나는 한결같이 이 길을 달려갔다. 변화무쌍한 계절의 응원을 받으면서 나는 매주 서예를 배운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면 자꾸만 글자를 배우고 싶었다. 겨우내 얼었다가 말랑하게 녹아드는 논두렁을 걸으면서 서예를 해야겠다고 혼잣말처럼 떠들기도 했고, 일본 다도를 이야기하는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도 서예를 하겠다고 말했다. 몇 년 동안 당장이라고 할 것처럼 입으로만 떠들어 댔는데 입 밖으로 자꾸만 내뱉어야 정말로 하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까먹지 않으려고 적당히 검색해 보았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찾는 일이 어려웠다. 도대체 어떻게 정보를 얻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서예란 나이가 지긋한 인생 선배들이 구름 위에서 한가롭게 노니는 신선놀음인 걸까. 너는 아직 발을 디딜 레벨이 아니지, 찾을 수도 없을걸. 하면서 결계가 처져 있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봄을 그리워하는 겨울을 지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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