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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you Aug 18. 2023

여름방학엔 고전을 읽습니다._한시는 테트리스 같은 것

점수가 여기서 유래되었다고요?!

그러고 보니, 나는 한시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단지 한자로 쓰인 글자 개수를 맞추는 시? 같은 느낌이었을 뿐.

중국의 시들은 한시라고 부르고, 조금 더 엄한 규율을 따지는 일본은 하이쿠라고 하는 걸까? 하는 의심이 있었다.

무척이나 기본적인 물음인데 이런 것도 궁금해하지 않았다니 도대체 나는 세상의 무엇을 궁금해하고 살고 있는가. (재빠른 자아반성)


이제야 다시 보게 된 한시는 무척이나 엄격한 법칙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었다.

평성, 상성, 거성, 입성으로 구분된 글자들은 그 속에서만 글자를 고르는 것이 허락된다.

이 구분은 다시 평, 측으로 구분되어 절대적 상대관계를 보여야 한다고. 흑과 백처럼 또렷한 상반된 관계다.  

문득, 서예 선생님이 말하는 강약강약의 조절이 떠올랐다.   

결국 글자를 쓰는 것도 이런 강한 법칙 속에서 표현되는 것인가요.

정해진 규율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고,

지시받은 글자인 운자에 딱 맞게 글자를 찾아내는 것.

글자들이 모이면 흠이 없는 문장이 되어야 하고, 하고 싶은 말을 그 속에 녹여내야 한다.

이건 마치 글자로 하는 테트리스이거나 글자의 퍼즐 같은 느낌.

옛사람들은 가지고 놀 오락거리가 충분하지 않아 이렇게 글자로 오락을 즐긴 것일까요.

운을 띄우고 누가 누가 멋진 문장을 만들어내는지를 둥글게 앉아 구경하던 그들을 상상하니 귀엽다…


그들만의 귀여운 퍼즐놀이를 나는 이해하게 될까요?

옆에 자리 펴고 앉아서 나도 한 구절 읊을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이건 훈장님의 한시, 율시라고 합니다.

빨간 동그라미 안에 있는 飛 , 肥 , 輝 가 운자라고, 텅텅 빈 종이에 그것만 덩그러니 있으면 얼마나 머릿속이 하얄까요.

한시를 지어내는 사람들은 대단하시다 정말.

글자 옆에 적당히 찍힌 점이 궁금했는데, 한 줄에 점이 몇 개 찍히는지 그 숫자를 세어 이 구절이 좋은지 별로인지를 평가받았다고 합니다.

점의 숫자를 세는 것. 그것이 바로 점수였어요!!!

점이 4개 찍히면 그것이 정말 멋진 문장이라 평가받는 것과 같았다는데,

이번 문장은 점이 3개, 2개 이시네요. 히히-


점보다  괜찮은 글자는 점에 둥글게 원을 그려서 관주를 받았는

그 관주야 말로 최고의 점수!

그것 정말 백점만점의 최고라는 평가라고.

점이 동그라미가 되어서 점수를 매기는 지금의 평가가 이런 방식에서 유래되었다니

오늘의 공부도 너무 재미있어…


오래된 고전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으며 개인적인 기록을 남겨둡니다. 위대한 작품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떠들 것은 아니지만 친구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기억하면 더 재미있게 기억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요. (제가 잘 기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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