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충류와 시
날 보면 그냥 지나치시오
이승용
이보시오
나와 마주친 그대
그대는 날 보며 겁에 질린
모양이구려 그래
이보시오
나보다 거대한 그대
그대가 나에 겁이 질려 소리지르면
나도 그대 때문에 겁을 먹는 구려
이보시오 나와 마주친그대
날 보면
그저 못 본듯 혹은
그저 물흘러가는 것 보듯
날 보면 제발
그냥 지나쳐버리시오
그럼 나도 다리없는 몸 이끌고
내갈길 가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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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충류인으로 산다는것
이승용
나무 같은 삶을 살고 싶다
여름에도 지친 나그네들이
그늘을 위해 찾아오고
나무같은 삶을 살고 싶다.
가을에도 새들과 사람들
열매먹기 위해 찾아오며
나무같은 삶을 살고싶다.
겨울에도 보금자리위해
곤충들 새들 찾아오고
나무같은 삶을 살고싶다 .
봄에도 꽃을 피워
여러 생물들을 불러모으는
사람들이 나를
나무같이 찾아온다면
내 작은 친구들을 알리는
삶을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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