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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승혜 Apr 26. 2020

시시콜콜한 이야기

4월 25일

제자리의 중요성 

두어 계절은 돌아야 찾겠거니 싶었던 아파트 현관키를 얇은 봄 자켓에서 찾았다. 동생이 그 옷을 입고 외출을 했다가 주머니에 들어있었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전에도 봄에 잃어버렸던 현관키를 가을에 들어서야 트렌치 코트 주머니에서 찾았다. 어쩌면 두어달 머물었던 태국 북부 지역 어딘가에 떨어뜨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파트 현관키를 태국에 가져갔는지 여부부터 헷갈렸기에, 만약 그렇다면 영영 찾지 못하겠구나 싶었고. 잃어버린 기간 동안 아파트 현관은 호수와 비밀번호를 일일이 손으로 입력해 통과했다. 그래봤자 1분도 안걸리는 절차지만 그래도 번거로운 건 사실이라 새로 사야지, 사야지 마음만 먹고 있던 차였다. 현관키의 발견은 오늘 하루 가장 반갑고 기쁜 소식이었다.  

이제 아파트 현관키의 자리를 마련해줘야겠다. 가방 주머니에, 겉옷 주머니에 방치되었다가 급기야 '실종처리'되니 이게 다 제자리가 없어서 생긴 일이다. 컴퓨터 모니터 아래, 손톱깎이와 클립박스 옆. 이제부터 네 자리다 현관키.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겠으나 

요즘 걸려오는 전화의 모르는 핸드폰 번호는 거의 100% 택배 기사님이다. 그래서 오후에 걸려온 전화도 "네. 집에 있습니다"라는 대답을 준비하고 통화키를 눌렀던 참이었다. 대뜸 들어온 질문이 "저 혹시 유으네장인인가요?" 였고 나는 1. 내가 예상한 질문이 아니다 2. '유으네장인'!?? 에 당황해서 "네?"했고 상대방은 다시 '유으네장인인가요?'라고 물었다. "아닌데요. 잘못 거셨어요."

결과적으로는 업무와 관련해 내게 걸려온 전화가 맞았다. 처음의 오해로 전화가 돌고 돌아 다시 연결되었을 때의 겸연쩍음이란....(발신인은 나와는 모르는 이였는데,  내 지인이 발신인에게 내 연락처를 알려줬고 발신인이 지인에게 "그 번호가 아닌거 같다"고 하자 지인은 내게 전화를 걸어 "아까 무슨 전화 걸려오지 않았냐" 재차 확인해야 했다) 나는 어째서 유승혜 작가를 유으네장인으로 흘려들었는지 모르겠고, 그렇다고 그것을 발신인의 발음에 문제가 있다고 탓하고 싶진 않고. 

그러고보면 나는 내 이름 석자로 호칭되는 경우가 자주 없다. 업무상 전화가 드물기도 하지만 전화가 와도 이전에 알고 있던 사람들이라 이름을 빼고 '작가님'이라 부르는 경우가 대다수고 하다못해 가족, 친구도 '승혜야'라고 호칭하진 않는다. 나름의 애칭들이 있다. 그래서인가, 내가 내 이름을 제대로 캐치하지 못하는 까닭이. 오히려 또박또박 불리는 내 이름 석자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방구석 소통령 

구독자 N만 단위의 유명 채널들을 운영하는 유튜버들의 크고 작은 논란들을 자주 접한다. 논란도 가지각색인데 영상 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 논란 소지가 될 수 있는 사생활이 드러난 경우, 역시 논란 소지가 될 수 있는 과거 행적이 드러난 경우 등이 대표적인 이유들이다. 나도 '얼굴 까고' 유튜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언제든 내 얘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어우,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유튜버도 유튜버지만 뉴스와 온라인 가십거리로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얼마나 정적으로 살고 있는가 새삼 놀라기도 하는데- 이거야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고 나도 모르는 파편이 어디서 튀어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새치 혀 잘못 놀린 오대수도 15년간 군만두만 먹으면서 감금당해야 할 이유를 몰라 얼마나 갑갑했는가. 평생을 수도자로 살면 모를까 사회 안에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이상 크고 작은 문제는 생기기 마련인지라. 

다행히 아직까지 내게 있어 유튜브는 일상의 작은 활력소 역할을 한다. 인간관계를 버거워하면서도 관심은 받고 싶어하는 나라는 인간에게 아주 적합하게 느껴지는 최선의 소통 창구랄까..아직 채널규모가 작아서 할 수 있는 소린지도 모르겠다. 내 채널 운영과는 별개로 유튜브는 고급지식을 얻는 수단으로도 유용해서, 요즘은 석학들의 반야심경 강의를 찾아보는데. 다소 어렵긴해도 자꾸 듣다보면 불교 철학을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영상에 집중하지 않을 때도 음악처럼 틀어놓는다. 


뼈 때리는 최진석 교수님의 반야심경 강의



용두사미 

유튜브의 이용빈도는 매우 높지만 넷플릭스의 경우 요즘은 일주일에 한번 볼까말까의 빈도라 월정액이 많이 아깝다. 한달에 만원 돈 나가는게 많이 아까워서 이제 그만 봐야지 하는데 해지까지가 쉽지 않다. 처음엔 메시야 시즌2가 나올때까지 존버해야지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촬영이 어렵다 어쩐다 하더니 시즌2 촬영이 아예 불발됐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코로나 때문이라기보다는 종교적인 논란 때문은 아닐까 추측한다. 사바하도 개봉 후에 신천지 교인들이 그~렇게 항의를 하고 난리를 쳤다는데. 전세계로 송출된 메시야는 오죽했을가 싶고.. 시즌2가 없다니 참..많이 아쉽다. 넷플릭스쇼 90% 이상이 시즌2에서 시즌1만한 재미를 주지 못했음을 상기하며 아쉬움을 달래본다. 그렇다고 내가 딱히 본것도 별로 없다. 13 reasons why, You, Anne with an E 뭐 이 정도를 챙겨봤는데 아우...시즌2들 죄다 실망했다. 



철학적 메시지를 여러 번 던져준 Messi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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