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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지 Jun 08. 2016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혼자 떠나는 여행을 통해 진실한 '자아'를 찾을 수 있는가?

나는 혼자 하는 것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었다.

늘 모든 것을 도와주시는 부모님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성인인 듯 성인 아닌 성인 같은 나였다.

권리와 그에 따른 책임을 갖는 나이 20살이 지나도 나는 19살, 18살, 17살이 나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나의 인생의 첫 번째 전환점과도 같았던 지난 1년 동안 나는 수많은 '혼자서 최초로' 하는 것들을 경험했다. 그중 한 가지가 바로 혼자 떠나는 여행.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이었다.




목적지는 로키산맥에 위치한 아름다운 도시 Banff였다. 

사실 이 여행은 굉장히 급작스럽게 계획 없이 떠난 여행이었다. 

우연히 3일 연속 dayoff가 생겨서 앞뒤로 하루씩 일 스케줄을 친구들하고 바꿔서 총 5일을 비울 수 있었다.

여행 떠나기 3일 전 Banff로 떠나는 왕복 버스를 예매하고, 하루 전 부랴부랴 짐을 싸고 여행을 떠났다.


12:00AM에 출발하는 밤 버스를 타기로 결정했는데, 처음 타보는 시외버스라 굉장히 떨리고 두근두근 했다.

버스를 기다리며, 옆에 앉은 사람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긴장이 풀리고 여행의 설렘만이 남게 되었다! 이야기를 해보니 같은 버스를 타는 사람이었다.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리오라는 친구였다. 리오 덕분에 우왕좌앙 헤매지 않고 버스를 무사히 탈 수 있었다.(우리나라 시외버스 타는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환승을 하기 위해 캘거리 터미널에서 대기중


이 도시 저 도시를 거치고, 심지어 버스를 환승까지 하고서야 Banff에 도착할 수 있었다.

Banff 들어가는 길에서 타이밍 좋게 버스안에서 찍은 사진


터미널 마저 아기자기한 Banff의 버스터미널


도착 후에 여유롭게 이곳저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여행 가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데, 막상 친구나 가족과 여행을 가면, 기다리게 하기 싫어서 사진을 대충 찍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혼자 떠난 여행에서는 온전히, 오롯이, 내가 찍고 싶은 만큼 찍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혼자 떠난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생각할 시간이 많다는 점!

다른 여행자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많다는 점, 즉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진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것 같다. 이 부분은 굉장히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기존에 알고 지내던 사람을 만날 때는, 그 사람이 아는 '나', 그 사람이 익숙한 '나'의 영역에서만 들어낼 수밖에 없다. '나'라는 존재의 큰 틀은 같지만, 상대방이 알고 있는 나는 부분적인 모습이고 순전히 일부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가 아는 '나'의 코르셋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하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는, 새로운 '나'의 모습이 나타나고, 다양한 나를 발견할 수 있다. 

Banff 여행은 걷고, 생각하고, 사진 찍고, 대화하고 굉장히 아날로그적인 여행이었다.

이 여행을 통해서 내가 자아를 찾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난 최소한 내가 어떠한 여행 스타일을 갖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서 한 걸음씩 가다 보면 언젠간, 정말로, 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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