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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지 May 25. 2016

애플의 철옹성 혹은 폐쇄성

나에게 애플, 아이폰은 

새로 나온 아이스크림과 같은 존재였다.

무슨 맛인지 너무나도 궁금하지만, 쉽사리 도전할 용기가 나지는 않았다. 또한, 아이폰은 불편할 거야라는 인식이 은연중에 깔려있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들은 다음과 같다.

1. 일체형 배터리

나는 당시 갤럭시 노트2를 사용하고 있었다. 갤럭시를 사용하고 있던 나에게 배터리를 갈 수 없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불편함이었다. 갤럭시노트2를 사용할 당시 늘 배터리를 충전해서 갖고 다녀야 했다. 배터리가 금방 닳아서 늘 한 개 이상의 배터리를 사용했었다.


2. 작은 화면

스티브 잡스는 한 손에 들어오는 휴대성을 강조했을지 모르겠으나, 갤럭시노트2라는 거대화면에 익숙해진 나에게, 한 손에 들어오는 피쳐폰 크기의 아이폰은 전혀 매력 있어 보이지 않았다. 두 손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서도, 하루 종일 붙잡고 있는 스마트폰 화면은 시원시원한 큰 화면이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늘 코딱지만 한 아이폰으로 카톡을 하고 동영상을 보는 언니가 여간 답답해 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이러한 두 가지의 이유로 늘 아이폰을 거부해왔다. 

바이럴 마케팅의 힘인 것일까?

우리 언니는 당시 아이폰5를 거쳐 5s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늘 아이폰을 찬양했다. 갤럭시와는 차원이 다르다. 너도 써보면 느낄 것이다 등등. 


언니의 아이폰 찬양에 궁금한 마음이 들었고, 때마침, 아이폰6는 전 모델 대비 액정이 넓어지면서 크기가 조금 더 커졌다. 이런저런 아귀가 맞아 들어 나는  아이폰6를 구매하게 되었다.

아이폰은 말 그대로 '잘 빠졌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다. 정말 케이스 없이 스마트폰만 들고 다니고 싶었다. 파손될 염려만 없다면, 케이스를 끼울 이유가 전혀 없다. 논란이 되었던, 뒷면의 절연 띠(?)마저도 조화롭게 보였다. 사용을 해보니 배터리의 효율성은 교체 가능한 갤럭시보다도 좋았다. 한번 충전하면 2,3일은 끄떡없었다. 배터리는 정말로 오래갔다. 또한, 정말로 아이폰은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많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아이폰 내에서 내가 원하는 조작들은 터치 몇 번이면 해결되었다. 이것저것 불필요한 조작들이 많은 안드로이드와는 달랐다.


우려했던 것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부분들에서 문제가 생겼다.


1. 아이튠즈와 동기화다.

인터넷에 떠도는 이 트윗은 내 심정을 굉장히 잘 대변해준다.

아이폰은 개방적인 안드로이드와는 달리 아이튠즈를 이용해야지만 스마트폰에 사진을 넣거나 옮길 수 있다. 사진뿐만이 아닌 모든 데이터는 아이튠즈를 통해서 이동해야 한다.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던 나에겐 가장 불편한 부분이 아닐 수 가 없다. 안드로이드에서 드래그&드롭으로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들이 아이튠즈를 이용하면 동기화라는 정말 불편한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스마트폰 자체가, 수많은 데이터들을 이용하면서 그 효용이 극대화되는 것인데, 이 데이터를 이용하는 과정이 복잡하다는 것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도 아이튠즈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고, 데이터를 옮길 때는 대부분 메일이나 클라우드를 사용한다. 동기화라는 기능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애플 제품을 여러 개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편리한 기능일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는 거의 똥과 같다고 볼 수 있다. 


2. 애플 스토어

나는 캐나다에서 애플스토어를 처음 방문해 보았다. 애플 제품들을 마음껏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들과 파란 옷을 입은 친절한 스텝들, 제품의 구매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정말 매력적인 장소였다. 애플 제품의 수리를 도와주는 지니어스 바 또한 신속, 정확하고 친절을 겸비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애플 제품에 대한 모든 서비스가 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굉장히 편리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편리한 시스템을 한국에서는 전혀 누릴 수가 없다. 애플 스토어가 한국에는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애플 제품을 수리받는 것도 통신사에서 운영하는 애플 수리센터와 애플 제품(하청을 주는 방식이겠지만) 수리 센터 또한 분리되어있다. 


이는 필자가 최악이라고 생각했던 수리 방식이었으며 직접 경험했다. 단순히 액정이 깨진 아이폰을 수리하고 싶었다. 애플 AS센터를 새로 오픈했다며 홍보 버스가 학교에 와있었고, 내가 사용하는 통신사 마크를 달고 있길래 들어가서 견적을 뽑아보려고 했다. 들어 가자 마자 담당자에게 들은 말은, 해외 제품이라서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말이었다. 밑도 끝도 없이 수리가 불가능하니 사설 수리 업체를 이용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솔직히 같은 애플이라는 회사 제품인데 캐나다에서 샀다는 이유로 수리가 안된다니... 글로벌 기업 애플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을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의심이 많은 나는(평소에 의심병 자라는 소리를 들음) 애플코리아에 전화해서 확인을 했는데, 답은 '수리를 받을 수 있다.'였다. 사설 수리업체에서 받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상반된 답을 듣고 수리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좋기도 했지만, 일을 두 번이나 하게 하는 체계에 화가 났다.  


나는 불신에 가득 차, 수리센터에서 불가능하다고 할 지도 모르니 수리 가능하다는 확인서를 요구했지만, 애플 코리아측은 확인서는 불가능하고, 수리센터의 위치와 애플코리아 상담사와 연결되는 번호를 메일로 보내주었다.(상담사 연결하는 과정도 굉장히 복잡했으며, 수리, AS 관련해서는 상담이 애초에 불가능했다. 다른 불편사항으로 접수하고 수리 관련 상담을 받았음) 불신과, 짜증으로 가득 찬 상태에서 애플코리아에서 알려준 서비스센터를 찾아갔지만, 돌아온 답은 '이 곳은 통신사에서 운영하는 AS센터 이므로 애플스토어에서 구입한 (소위 언락폰)은 다른 곳에 가야 한다'는 답변이었다. 1시간에 거쳐 도착하고 30분을 대기한 끝에 마주한 상담사는 저따위 답변을 했고, 정말로 화가 난 상태였다.(상담사의 잘못은 아니니 화를 내진 않았고 속으로 화만냈다...쥬륵..)

화를 눌러 담고, 다른 서비스 센터에 방문했고, 거의 1시간은 기다려서 드디어 AS 접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김없이, 캐나다 제품은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고,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전투태세로 애플코리아와의 상담 내용을 줄줄이 읊었다. (너무 화가 난 상태였다...) 센터 직원은 몇 차례의 확인 끝에 가능하다는 답을 주고, 수리는 1주일이 걸린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했다. 지니어스 바에서는 1시간 내외면 끝나는 액정 교체가 1주일이나 걸린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직원 또한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애플의 정책이라며, 애플코리아로 모든 제품을 회수해가고 수리한 후 다시 센터로 배송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해주었다.


애플 코리아가 어떠한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편한 시스템이다. 


아이튠즈와 애플의 수리 정책은 철옹성과 같은 애플의 시스템들이다.

애플 제품군과 애플스토어 내에서는 굉장히 편리한 유저들에게 득이 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 성 밖에서 느껴지는 폐쇄성은 애플과 사용자들에게는 독이 되는 불편함이다. 특히, 애플 스토어의 부재와 정책들에 대해 언제까지 한국 유저들이 참고 견뎌줄지 알 수 없다. 애플 본사의 한국 유저들 박해의 이유 또한 알 수 없지만, 애플의 롱런을 위해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P.S 이통사와 제조사간의 구조를 뒤엎은 아이폰의 탄생이었지만, Mvolp라는 개떡 같은 제도를 만들어 페이스타임이라는 아이폰, 스마트폰의 기능조차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 한국 이통사의 횡포 또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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