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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퍼펙트 데이즈> 리뷰, 이것이 인생이다!

오늘도 Perpect한 하루를 보낸 당신에게 권합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마음 먹기에 따라 평범한 삶도 빛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우리는 화려한 삶에 중독돼 있다. 튀지 못해 안달인 현실에 허우적대고 있다. 돋보이고 싶고, 남들보다 잘나가고 싶은 본능 때문일지도. 그게 아니라면 SNS가 이런 세상을 만든 건지도 모른다. <퍼펙트 데이즈>는 이런 세상에 역행하는 한 남자의 일상을 통해 평범한 삶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주인공 히라야마는 도쿄 시부야의 화장실 청소부다. 그의 일상은 매일 똑같이 반복된다. 동이 트기 전 눈을 뜨고 일어나자마자 화분에 물을 준다. 양치를 하고 채비를 갖춘 뒤 선반 위에 가지런히 놓인 물건들을 챙겨 나간다. 집 앞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뽑아 마신 후 차에 올라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직장으로 향한다. 집을 나설 때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고 옅은 미소를 짓는 것도 루틴 중 하나다. 일이 끝나면 나무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우유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저녁엔 자전거를 타고 나가 단골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잠들기 전에는 작은 등을 켜고 책을 읽는다.



쉬는 날에도 아침 일찍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외출한다. 세탁소에 들러 작업복을 빨고 헌책방에 가서 책을 한 권씩 산다. 단골 술집에 들러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듣기도 한다.


이런 삶이 누군가에겐 무료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히라야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워낙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과묵한 성격인데다, 사람을 만나지도 않기 때문에 내밀한 감정까진 알 수 없지만 자연과 책을 벗삼아 꽤 만족하며 살아가는 듯 보인다. 아침 하늘을 올려다볼 때처럼 자신이 좋아하거나 흥미로운 것을 발견할 때마다 미소 짓는 걸 보면 작은 것에도 충만한 기쁨을 느낀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화장실 청소부로 일하면서 타인에게 무시를 당할 때도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볼일을 보러 오는 사람들의 별별 눈초리에도 의연하게 대한다. 누군가에겐 보잘것없는 일일 수 있지만 히라야마는 최선을 다한다. 공중화장실 청소 장면을 이렇게까지 디테일하게 보여줬던 작품이 있었나? 그만큼 <퍼펙트 데이즈>는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히라야마의 모습을 아주, 매우, 성심성의껏 담아낸다.



이렇게 완벽한 루틴으로 살아가던 그에게도 작은 파도들이 찾아오곤 한다. 교대근무를 하던 후배가 갑작스럽게 일을 관두고, 조카 니코가 갑작스럽게 집으로 찾아와 며칠을 같이 보내게 된다. 이로 인해 루틴이 깨지고 겪고 싶지 않은 사건들과 마주한다. 그러나 이 순간도 금세 지나간다.


 

<퍼펙트 데이즈>의 주제는 히라야마와 니코의 대화와 엔딩의 OST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나중은 나중이고, 지금은 지금이야." 지금을 중요하게 여기는 히라야마의 대사다. 엔딩에서 흘러나오는 니나 시몬의 'Feeling Good'의 'It's a new dawn, It's a new day, It's a new life for me, I'm feeling good'이라는 가사 또한 하루하루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만든다.


더불어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기 직전 '코모레비'의 뜻을 설명하면서 순간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한다. 코모레비는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일렁이는 햇살을 뜻하는 일본어다.



특별하지 않은 삶에도 희로애락은 존재한다. 'Feeling Good'을 들으며 출근하는 엔딩의 히라야마 얼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좋아하는 음악에 미소를 짓다 눈시울을 붉히며 울 듯한 그의 얼굴은 지금까지 쌓인 과거들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 불안 등 복합적인 감정의 합이다. 주어진 삶을 꽤 잘 살아낸다 해도 예기치 못한 일들로 불안과 두려움, 절망과 슬픔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게 인생이다. 지금 이 순간, 특별히 행복하거나 기쁘지 않더라도 좌절할 필요는 없다. 매일 빛은 떠오르고 빛 뒤엔 그림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의 일과 감정을 온전히 견디고 느끼는 게 답이다. 평범한 일상에도 눈부신 빛과 어두운 그림자는 공존한다.


영화는 평범하지만 열심히 매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응원한다. 히라야마가 찾는 단골 술집 주인들은 '오늘도 수고했어요!'라는 말로 맞이한다. 우리의 삶은 '알고 보면' 크고 작은 기쁨들로 가득 차 있다. 그걸 발견하는 게 삶의 또 다른 매력이다.


"언제나 같은 패턴으로 반복되는 일상 속의 규칙적인 리듬이 아름다운 이유는 모든 사소한 것들이 똑같지 않으며 매번 달라진다는 것을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 빔 벤더스 감독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그럼 매일 당신을 밝혀주는 해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그림자 예술을 발견해보는 건 어떨까.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찬란한 기쁨이니까.



인생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영상시 한 편을 보고 싶다면 <퍼펙트 데이즈>를 보러 가시길. 좋은 책, 음악을 알아가는 매력은 덤이다.


Playlist

PERFECT DAY

- Lou Reed


PALE BLUE EYES

- The Velvet Underground


BROWN EYED GIRL

- Van Morrison


FEELING GOOD

- Nina Simone


THE HOUSE OF THE RISING SUN

- The Animals


SUNDAY AFTERNOON

- The Kinks


(SITTIN’ ON) THE DOCK OF THE BAY

- Otis Redding


REDONDO BEACH

- Patti Smith


(WALKIN’ THRU THE) SLEEPY CITY

The Rolling Stones


AOI SAKANA(BLUE FISH)

- Sachiko Kanenobu


명대사


이 세상은 서로 다른 삶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 중 서로 연결된 세상도 있고, 그렇지 않은 세상도 있지. - 히라야마


페트리샤 하이스미스는 불안에 관한 천재적인 작가예요.

그녀는 두려움과 불안은 서로 다른 것이라고 가르쳐줬어요. - 책방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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