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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랑의 탐구> 시사회 후기

사랑은 어려워(항상, 평생 동안)...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 사랑


9월 18일 개봉하는 영화 <사랑의 탐구>를 시사회로 먼저 관람했다.



<사랑의 탐구>는 오랜 연인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철학 강사 '소피아'가 자신과 정반대인 남자와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콜드 워>, <그을린 사랑> 등 명품 영화를 만든 제작진들이 참여했고 <마미>, <하트 비트>, <로렌스 애니웨이> 등에 출연한 '자비에 돌란 사단'이라 불리는 배우들이 출연해 시네필의 기대를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


보는 동안 공감 모먼트가 수두룩해서 흥미로웠다. 영화의 메시지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사랑은 아무리 탐구하고 경험해도 어렵다는 것. 누구나 공감할 만한 포인트다. 사랑은 정답도 오답도 없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풀리지 않는 숙제인 사랑. 결국 사랑을 집중 탐구한 영화도 명쾌한 답을 내리진 못했다. 하지만 <사랑의 탐구>를 통해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사랑엔 정답이 없다는 것을.



사랑에 대한 이론에 빠삭한 소피아. 하지만 실전엔 약하다. 연인 '자비에'와 무려 10년 간 안정적인 사랑을 이어왔지만 그 삶을 단숨에 무너뜨린 인테리어 업자 '실뱅'을 만나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 인텔리겐치아 집단에 익숙했던 소피아는 실뱅과의 연애를 계기로 자신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환경을 경험한다.



열정과 위태로움을 넘나드는 소피아와 실뱅과의 러브 스토리는 소피아의 강연 중에 등장하는 철학자들의 명언과 어우러져 생각거리를 선사한다. 오랜 연인과의 안정적인 연애 기간에는 "플라톤은 상대를 잃을 수 있다는 공포가 잦아들면 사랑도 죽는다"를, 실뱅과 갑자기 사랑에 빠진 상황에서는 "쇼펜하우어는 삶의 의지를 사랑의 동력", "쇼펜하우어는 사랑을 육체적이라고 정의했다. 고귀한 감정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실은 성적인 본능의 표현이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외에도 "플라톤에 따르면 사랑은 본질적으로 욕망이란 개념과 연결되고 욕망은 결핍에서 비롯된다", "플라톤과 달리 스피노자는 욕망과 사랑을 별개로 봤다. 욕망 없는 사랑도 가능하다는 것",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는 진정한 사랑은 비이성적이라고 했다. 사랑하니까 사랑하는 거라고. 사랑만이 사랑의 유일한 근거이며 질병처럼 갑자기 우릴 덮친다고", "벨 훅스는 사랑은 감정이 아닌 행위라고 했다. 사랑에 굴복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기로 선택하는 거라고" 등의 다양한 철학자들의 사랑에 대한 시선이 등장해 지적 욕구를 끌어올린다.


<사랑의 탐구>가 흥미로운 이유는 사랑을 지적이고도 섹슈얼하게 다뤘기 때문이다. 마냥 현학적이지만은 않은, 섹시하고도 우스꽝스러운 장면까지. 사랑의 면면을 담아냈다.



타인(소피아)의 연애담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러브 스토리를 돌아보게 되는데, 이게 <사랑의 탐구>의 매력이다. 극과 극의 사랑을 넘나들며 다양한 경험을 했던 이들의 공감 포인트를 자극한 이 영화. 설레고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안타깝고 씁쓸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가장 보편적이고 익숙한 소재를 다뤘지만 클리셰를 비껴가는 작품이라 흥미로웠다.


<사랑의 탐구>는 칸의 총애를 받는 '캐나다의 그레타 거윅'이라 불리는 모니아 쇼크리 감독의 연출작이다. 그레타 거윅처럼 배우 활동으로 출발한 감독으로, 자비에 돌란 감독의 뮤즈로 불리며 <로렌스 애니웨이>, <하트비트> 등 그의 대표작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영화에서도 연출 및 각본뿐 아니라 소피아의 단짝 친구 '프랑수아즈'로 출연하는 등 재능을 마음껏 뽐냈다. 그는 "사랑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것에 그 무엇보다 큰 관심이 있었다. 너무 다른 배경을 가진 두 사람이 연애를 시작하면 어떤 일이 생기게 될까라는 생각에서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영화는 제76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초청을 시작으로 제48회 세자르상 외국영화상 수상 등 세계 유수 영화제를 휩쓸었다. 사랑에 대해 다각도로 그린 영화를 찾고 있다면, 가을의 정서와 어울리는 로맨스 영화를 찾고 있다면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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