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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안 Jan 27. 2024

절해고도(絶海孤島)



도심 속 절해고도

스스로 갇힌 그 어디쯤

조용히 이동하는 짙은 해무 속에서

출렁이는 배 한 척 없이 나는 가라앉고 있었다


저기압을 못 이긴 돌풍은 예고 없이 불어 대고

해일은 몸을 부딪쳐 통쾌한 소리를 냈다

눈이 오면 섬은 제 몸을 더 감추고

이미 파란 경계에서 닿을 듯 말 듯 

구름과 수평선은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표상처럼

파란 상징과 하얀 상징이 더 멀리, 더 가까이로

까마득한 고독의 깊이를 묘사한다


눈보라쯤 휘몰아쳐도 괘념치 않을 

휩쓸리는 세상살이

누구나 한 번쯤 

위태로운 절벽에서 생각을 거듭하겠지만

돌아갈 수 없어서, 돌이킬 수 없어서

도심 속 절해고도

스스로 갇힌 그 어디쯤에서

출렁이는 배 한 척 없이 나는 서서히 침몰하고 있었다




#시작 노트

행복한 영상 속에 우리는 갇혀 있다.

영상은 달콤하지만 날카로워 쉬이 마음을 베인다.

모두가 환호하지만 고독한,

도심 속에 '절해고도(絶海孤島)'가 존재한다. 

그 고독한 섬 어디쯤을 현대인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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