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절해고도
스스로 갇힌 그 어디쯤
조용히 이동하는 짙은 해무 속에서
출렁이는 배 한 척 없이 나는 가라앉고 있었다
저기압을 못 이긴 돌풍은 예고 없이 불어 대고
해일은 몸을 부딪쳐 통쾌한 소리를 냈다
눈이 오면 섬은 제 몸을 더 감추고
이미 파란 경계에서 닿을 듯 말 듯
구름과 수평선은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표상처럼
파란 상징과 하얀 상징이 더 멀리, 더 가까이로
까마득한 고독의 깊이를 묘사한다
눈보라쯤 휘몰아쳐도 괘념치 않을
휩쓸리는 세상살이
누구나 한 번쯤
위태로운 절벽에서 생각을 거듭하겠지만
돌아갈 수 없어서, 돌이킬 수 없어서
도심 속 절해고도
스스로 갇힌 그 어디쯤에서
출렁이는 배 한 척 없이 나는 서서히 침몰하고 있었다
#시작 노트
행복한 영상 속에 우리는 갇혀 있다.
영상은 달콤하지만 날카로워 쉬이 마음을 베인다.
모두가 환호하지만 고독한,
도심 속에 '절해고도(絶海孤島)'가 존재한다.
그 고독한 섬 어디쯤을 현대인은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