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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안 Feb 07. 2024

만약에 그리워질
나를 마중 나가는 길

나와 나는 너무 가까운 사이여서 소원하게 지냈다는 늦은 깨달음



나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어린 시절의 나에게서

지금의 나를 만나기까지, 멀리 돌아

밀봉된 나에 대해

펄럭이는 나에 대해,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 나

보내지 못한 나

반짝이는 나에 대해

나를 읽기까지 오래 걸린 나에 대해


나와 나는 가까운 사이여서 소원하게 지냈다고

긴 시간 허비한 후 알게 된 사실에

예사로이 흔들려, 그러게

손 닿으면 바로 닿는 나여서 

쉽게 추어주지 못한 늦은 깨달음에

서투른 배회에 이른 나

미루어 둔 나에게, 어쩌면

놓쳐버린 나를 맞으러 가는 시간

여전히 펄럭이는 나를

만약에 그리워질 나를 만나러

불현듯 그리워진 내가 동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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