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나서 가장 많이 한말 중에 하나를 꼽자면 "그럴 수 있지"라는 말이다.
아내가 자주 하는 말인데 딱히 좋다는 것도, 딱히 싫다는 것도 아니지만 '음.. 그렇구나. 하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돼!'의 다른 말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런데 이 말을 습관적으로 내뱉다 보니 내가 원래 수용 가능한 틀에서 벗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도 일단은 포용하게 되려는 태도가 먼저 나오더라는 거다.
가령 회사에서 야근이 필요 없을 것 같은 이벤트 진행에도 야근을 요구당했을 때 예전이라면 뭔가 안 좋은 이야기가 먼저 튀어나왔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있어!'라는 말을 하는 내 모습을 보며 뭔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사실 세상의 모든 것을 좋다 싫다의 이분법적으로 나누다 보면 내편 아닌 것은 모두가 내 적으로 나눠지는 것 같은 경험을 모두가 한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내가 집중할 사람을 찾아 헤맸다면, 지금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을 분별하고 선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자주 들곤 한다.
그리고 굳이 내가 애써서 '좋은 것'을 찾아내거나 선택하는 일에 대해서 강박만 없다면 생각지 못한 나의 불편함도 참아내거나, 견뎌낼 수 있는 선에서 수용하는 것이 편 가르기 하지 않고 중도에 서서 내 할 일을 하게끔 하는 최적화된 생존기법이 된다.
때로는 내편에게도 따끔한 말을 해줘야 할 때도 있고, 내편도 나에게 따끔한 말을 해줄 때가 있기 마련이다.
지금 당장 내 기분에 내키지 않는 것들에 대해 적대시하지 않고도 융화되거나 조화를 이루는 기술들은 지금을 불편하게 해도, 앞으로의 긴 시간들을 더 편안하게 만든다.
혹시 지금 당장의 당신에게 불편함으로 다가오는 일들을 필요이상으로 너무 적대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기왕이면 좀 더 길게 보고, "조금 그렇지만, 그럴 수 있어!"라는 말로 좀 더 관계나 상황을 길게 보고 판단하는 느긋한 사람이 되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어쨌든 당신은 일과 사람으로부터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