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일하면서 느끼게 되는 사실들.
게임 회사의 AI ART팀에 합류한 지 4개월 정도 지났습니다.
그동안 가장 신기했던 건 AI에 대한 인식 차이였습니다.
AI 기술로 해외 출장을 다녀온 동료 이야기에 따르면 "외국에서는 AI 활용이 두려울 정도로 발전했다" 고 하는데,
정작 우리 회사 내에서는 AI를 거부하거나 싫어하는 디자이너들이 많더라구요.
특히 AI를 가장 앞서서 사용하는 ART팀 입장에서는 그 격차가 안타깝기도 합니다.
같은 기술을 두고 이렇게 다른 반응이 나오는 이유가 뭘까 싶었습니다.
최근 Elroy라는 연구자의 흥미로운 개념을 발견했습니다.
'AI는 바닥을 높이지만 천장을 높이지 않는다(Floor Raiser, not Ceiling Raiser)' 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AI는 초보자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춰주지만, 전문가 수준의 깊이 있는 작업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입니다.
마치 계산기가 산수를 못하는 사람에게는 혁신이지만, 수학자에게는 그저 편리한 도구일 뿐인 것처럼요.
AI가 인간의 모든 것을 대체하지는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현업에서 AI를 사용해보니 이 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AI는 메카슈트 같더라구요. 내 의도를 증폭시켜주지만, 내가 실수한다면 그 실수도 함께 증폭됩니다.
최근 핫한 바이브 코딩이 일정 이상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결국 그걸 잘 다루는 인간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출처: https://news.hada.io/topic?id=22293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AI와 함께 성장해야 할까요?
이는 AI에 얼마나 익숙해져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창의성은 암기에서 비롯된다"는 Ashwin Mathews의 말처럼, AI 사용을 반복해 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AI를 적극 활용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세요. 실패해도 좋습니다. 이상한 결과라도 인간보다 못하더라도 좀더 다뤄보세요.
빠르게 반복하며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ㅎ바니다.
예를 들어, 그림을 처음 배우는 사람이라면 AI로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해보며 '좋은 그림'이 무엇인지 눈을 기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AI가 '어떻게(How)'의 시간 비용을 0에 가깝게 줄여줬다면, 이제 '왜(Why)'와 '무엇을(What)'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Dangma 같은 아티스트가 AI로 초안을 뽑고 문제되는 부분만 수정하는 방식이 좋은 예죠.
출처: https://www.reddit.com/r/StableDiffusion/comments/z2qnz1/selfie_at_the_end_of_the_world_2816x3328/
AI는 도구임을 꺠달아야 합니다.
워드나, 포토샵이 그러하듯 전문가에게 AI는 목표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생산성 도구일 뿐입니다.
오히려 '예술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처럼 AI가 할 수 없는 영역에 더 몰입해야 합니다.
새로움과 독창성,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고유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AI는 주어지는 목적을 처리할 뿐, 스스로 목적을 만들지는 못합니다.
인간은 정말 중요한가?라고 의문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흥미롭게도 최근 AI 그림 작가들의 몸값이 올라가자 다시 인간 아티스트를 고용하는 회사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건 중요한 신호라고 생각해요. 기술이 발전해도 결국 비용 효율성과 품질의 균형점에서 인간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출처: 트위터
사진이 나왔을 때도 "이제 그림이 끝났다"라는 것이 사회적 반응이었습니다.
작가들의 자살 소동도 있었지요.
하지만 사진은 새로운 표현의 도구가 되었고, 꼴라쥬, 사진 보정 등 새로운 기법들을 이용한 스타일이 만들어졌습니다.
AI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AI 도구들을 조합해서 자신만의 창작 스타일을 만드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AI를 두려워하거나 맹목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도구로서 현명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결국 AI 시대에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새로운 도구를 다루는 법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적응하는 능력일 것입니다.
AI는 우리의 경쟁자가 아니라 성장을 도와주는 파트너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