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편지를 쓰듯 쓰겠습니다. 요즘에는 감성이 흘러넘치니까요. 다소 오글거려도 끝까지 읽어주세요. '페이크'가 얼마나 좋은 것인지에 대해 구구절절 말하겠습니다. 달콤한 것을 먹을 때 느끼는 기분을 아시겠지요. 인생이란 그래도 살만한 것이로구나 느끼게 해주는거요. 달콤함을 느낄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을거 같은 이상한 기분이요. 그래서 연인들은 서로를 달콤하게 만들려고 무던히 애를 씁니다. 자꾸만 달콤한 말을 선물하는거죠. 달콤한 가사와 멜로디가 돋보이는 음악들을 들려주기도 하고요. '뭐든 좋아 달콤하기만 하다면' 눈 앞의 당신이 달콤해져야 내가 달콤함을 맛볼 수가 있거든요. 연인들이 꿈꾸는 것은 달콤함의 의인화입니다. 우리가 함께 달콤해질 수 있는데 이까짓 거짓말쯤이야. 내가 받은 커다란 케이크가 사실 '커다란 페이크'였다고 한들 뭐 어때요?
마치 K팝 아이돌 노래 가사 같은 이 시의 제목은 '페이크'입니다. 시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진실만을 말하지 물론 맹세할 수 있어 이까짓 거짓말' 나도 맹세할 수 있습니다. '나는 한번도 거짓을 말한 적이 없지.' 혹은 '애초에 단 한 줄의 거짓말도 쓴 적이 없지'라고요... 나도 당신도 사실 진실을 원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나와 당신이 과연 진실의 누추한 알몸을 견딜 수 있겠습니까? 나는 진실만을 말했을 때 상대가 느낄 불쾌한 기분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인간관계에서 페이크를 종종 쓰곤 합니다. 가령 상대방에게 입 발린 칭찬을 하면서 '정말 대단하세요!' 감탄사를 남발하기도 하죠. 페이크는 생존의 기술인 걸까요? 페이크가 없는 인간관계란 얼마나 삭막하고 지루할까요? 나는 프리랜서 작가입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한 글을 씁니다. 오늘도 한 사람을 만나서 열심히 맞장구를 쳐주었네요. 잠시 동안이지만 상대방이 하는 일을 이해하고 좋아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렇게 하는 나는 왠지 좋은 사람 같거든요. 어쩌면 좋은 작업물이 나올 수도 있겠지요.
'당신을 최고라고 느끼게 해줄게 쓰디쓴 것도 달콤하게 만들어줄게' 페이크는 나의 직업입니다. 윤색과 미화는 나의 특기죠. 페이크는 나의 시(詩)입니다. 서로에게 더이상 달콤하지 않은 연인들은 사실상 끝난 것입니다. 우리네 사랑이 불완전한 거짓투성이라고 해서 크게 서운할 것은 없어요. 사랑이란 죄인 같아서 낮 보다는 밤을, 밝음보다는 어둠을 좋아하기 마련이니까요. 달콤함에 흠뻑 빠져있으면 쓰디쓴 진실도 견딜만한 것이 되지요. 사랑은 이토록 페이크에 진심입니다. 나 역시 페이크에 누구보다도 진심인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래봤자 페이크는 역시 페이크일 뿐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