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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아있는 무대 Oct 06. 2021

빠른 년생 따지고 싶은 게 아니잖아요.

나이, 권력을 대신하다.

2월생이다. 애매한 2월생.


전년도 태어난 아이들과 학교를 같이 다녔다. 그래서 열아홉 살 까지는 친구들이 사회 나오니 형 누나가 되는 기적을 맛본다. 한 살 동생 세대였던 녀석들이 친구라고 부른다. 혼란이다. 이 빠른 년생은 군대, 대학, 사회생활, 직장 등 미치게 만든다.

 

족보 브레이커라고 불리며 어딜 가든 인정을 못 받는다. 낀세대(?) 역할을 하면서. 20대는 늘 20.5살, 28.5살로 살았다. 형이라 불러주는 사람에겐 형 역할을 했고, 친구라 불러주는 사람에겐 친구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만 유독 심하다는 나이 문화를 잊기로 했다. 내 생존법이다. 나이가 대수냐. 동갑이어도 친하고 싶지 않으면 존대하고 멀리한다. 어려도 마음이 가까우면 기꺼이 친구처럼 지낸다. 주변 친구들은 '빠른 년생'족보 브레이커가 아니라 관계 족보 브레이커 아니냐고 한다.


무슨 말씀, 동갑이라는 이유로 친하게 지내야 할 이유가 없다. 말 편히 놓는다는 것은 권력이 깃든다. 나이가 어리다고 반말하면 안 된다. 내게 밥 사는 사람이 형이다. 내게 술을 산다(?) 그는 오늘 내 선생님이다. 밥과 술이 아닌 10만 원 이상의 선물을 주었다. 부모님이다. 우스개 소리로 하는 이야기다.


나이만 벗어도 즐거운 관계는 많이 만들 수 있다. 나이 많은 상대에게는 깍듯한 존대는 잊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무례한 사람은 멀리하면 그뿐이다. 누구와 친하게 지낼 건지 고민하는 것은 잊었다. 도움이 되고 필요한 존재가 되려고 노력할수록 인맥관리 안 해도 알아서 찾아오고 간다.


기꺼이 빠른 년생 따지면 다 해준다. 사람을 사귀는 기준이 나이가 먼저인 사람은 태도가 어떨지 보인다. 거기에 놀아나거나 부응할 생각 없다.


누구와도 친할 준비로 마음을 열어놓고, 무례한 사람은 기꺼이 멀리 두며 산다. 5살 아이의 말에도 감동을 받으며 60살 어른 삶의 대화에서도 배울 게 많다. 나이 문화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태어난 날과 죽은 날만 알면 된다. 그 사이엔 하루의 연속일 뿐이다. 그 연속선의 과정에 오늘을 살며 만나는 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려 한다. 나이 말고, 사람을 보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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