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살아있는 무대 Oct 05. 2021

돈을 써서 시간을 벌기로 했다.

시간보다 비싼 건 없다.

오늘 나이에서 +10년을 더해서 내 주변 사람을 보기로 했다. 환갑이 지난 아버지를 칠순이라고 보기로 했다. 어머니도 68세가 된다. 장인어른은 팔순에 가까워지시고 장모님도 칠순이 되신다. 누나와 나, 아내, 처형 모두 40살이 넘었다.아이도 10살이 넘었다. 그 기준에서 지금 나를 바라보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조언을 받는다. 지금처럼 살면 10년 뒤 이 모습 그대론데 괜찮겠나.


늙은 아버지.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아픈 어머니. 이것도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아버지는 무서운 존재였는데, 위암 수술과 환갑이 넘어서부터 힘든 가게 일을 하면서 체력이 달린다고 한다. 어디서나 씩씩했던 어머니. 유방암 수술 후 체력이 급감했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한 어머니가 혼자 있고 싶어 한다. 혼자 걷고 혼자 생각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많은 게 변하고 있다. 태어난 아이가 성장하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만큼이나 부모가 늙어 죽음에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는 생각은 자식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내가 먼저 갈 수 있지만, 어쨌든 길어야 30년이다. 30년 중 일 년에 10번을 본다고 하면 30년이 남은 게 아니라 100시간도 덜 남았다.


시간이 삶을 통과해가면서 얻는 주름과 체력 저하는 관리해도 한계가 있다. 20대 후회하는 것 중 한 가지는 더 열심히 살지 않은 것이다. 상담대학원을 공부하면서 새벽부터 밤까지 하루 16시간 일하며 살았다. 남들은 열심히 살았다고 칭찬한다. 아니다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게 사는 부분이 많다. 이는 정체다. 나아지고 있다는 경험, 더 좋은 삶을 영위해가고 있다는 경험. 이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아이가 태어났다. 내 나이 서른. 딱 아버지가 둘째인 나를 낳게 한 나이다. 내가 서른이 되니 아버지가 환갑이 됐다. 내 아이가 서른이 되면 난 환갑이 되고 아버지는 이 세상에 없겠다. 영원한 건 없지만 유한하다는 사실이 오늘의 나를 다시 깨우는 까닭이다. 여전히 아버지는 17년 전 일하듯이 일하고 있다. 40대 중반에 시작한 떡집은 늙어가고 있다. 고용과 교육을 통해 변화를 꿰할 차례다.


시스템을 짠다. 조금 덜 가져가더라도 괜찮다.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면 돈을 써야 한다. 소비하거나 낭비하지 않는다. 시간을 위해 사람에 투자하고 기계에 투자한다.


상담소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도, 유한함에 대해 무조건 나눈다. 시간, 체력, 돈. 3가지는 무조건 유한하다. 어떻게 쓰고 싶은지 배분하게 한다. 삶을 이루는 100가지 적게 한다. 그중에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하지 말아야 할 걸 X로 지워간다. 하지 말아야 할 일,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 쓰지 않아도 되는 물건, 체크를 하며 지워가면 보인다.


만나야 할 사람, 아껴야 할 사람, 사랑해야 할 사람, 꼭 있어야 하는 물건, 해내야만 하는 일. 삶은 비움과 정리에서 시작한다. 다 비웠다. 사랑할 사람들을 더 많이 사랑하기 위해. 해내야 할 일을 더 집중하기 위해. 그래서 부차적인 소비는 다 줄이고 꼭 필요하고 자주 쓰는 물건엔 더 돈을 쓴다.


시간이 유한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더 많은 시간만 보내는 데 집중한다.


작가의 이전글 용서하기 전에 거리를 둬야 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