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모두와 사이좋게 지내기 어렵게 설계되어있다. 욕망과 신체적 한계 이 두 가지를 벗어나지 않는 한 남보다 자신만 챙기게 되어있다. 그래서 타인을 생각한다는 건 당연한 게 아니라 대단한 거다. 자기 자신만 생각해서 살아가는 것은 본능에 따른 것이니 너무 뭐라 할 필요도 없다.
친한 지인이 교회 내에서 생긴 갈등에 대해 속상해했고 마음 힘들어했다. '갈등'은 성경에도 등장하는 요소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순간 갈등은 필연이다. 홀로 가만있어도 내면에서 갈등하는데 타인과는 당연한 일이다.
갈등 해결은 두 가지를 선택하면 된다.
첫 째, 안보는 거다. 멀리 떨어지면 사이가 좋아진다. 가끔 안부도 묻는다. 서로 눈에 보이지 않으니 싸울 일도 없다. 다 큰 자식이 집을 나서는 것이 효자로 가는 첫 번째 길이란다. 형제든 연인이든 친구든 회사 동료든 멀어지면 된다. 좋아질 건 없지만 더 나빠질 게 없다.
둘째, 안전한 범위를 정해두고 싸운다. 하나의 규칙과 선을 설정한 다음 싸우면 된다. "더 잘 되려고 싸운다." 연인이라면 더 사랑하기 위해, 회사 동료라면 프로젝트를 더 잘하기 위해, 가족이라면 잘 소통하기 위해. 관계에서 힘을 가진 이가 이를 견지한다면 그 관계는 나아갈 힘이 생긴다. 리더의 중요함이 부각된다. 우리가 더 나은 관계가 되려면 어떻게 싸우면 좋을까? 질문 던지고 이야기 나누면 감정 소모는 덜한다.
관계를 '장악'하는 이는 전략이 필요하고 '정복'하려 하는 이는 상대의 약점을 찾는다. '소통'하려고 하는 이는 다양한 포지션을 찾는다. 무엇을 원하든 상대와 어떤 시간을 보낼지는 전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달린 일이다. 삶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나 자신을 둘러싼 관계들이 있다. 통상 150명의 지인을 알고 지낸다는데 150명 전부 같은 마음 같은 시간을 들여보내기 어렵지 않은가.
어릴 적엔 당연히 친하게 지내는 법, 함께 어우러지는 법을 배운다. 내 딸에게도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사이좋게 지내라는 이야기를 권면할 거다. 하지만 아이가 크면서 생길 갈등과 어려움으로 위축되어 있어 나에게 조언을 구한다면 아이 마음을 잘 헤아린 다음. 아이에게 선택지 2개를 생각하게 할 거다. 안 보고 살아도 된다. 더 재밌는 사람과 만나서 놀아라. 혹은 그 아이와 갈등을 해결해가라. 더 친해질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