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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현 Jul 14. 2017

애자일하게 책 읽기

실용서를 효과적으로 읽는 방법

<에센셜 스크럼>


지난주 에센셜 스크럼을 받았습니다.  아니 왜때문에 이 두께(500p)의 책에 '에센셜'이라는 이름을 붙였냐고 구시렁대면서 목차를 훑어보곤 느꼈죠. 


'아. 정말 에센셜이네.'


전 애자일 전문가도 아니고, 스크럼 마스터나 애자일 코치 같은 능력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경험하고 배워서 체득한 애자일이란 철학은, 거의 모든 환경에 적용할 수 있으며 대부분 옳다고 생각하는 애자일 예찬론자(?)입니다.


애자일을 찬양하는 사람이 애자일 책을 워터폴처럼(그냥 비유적인 표현. '서문부터 맨 마지막 장까지 정독'하는이라는 의미로 씀) 읽으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애자일하게 읽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대략적인 계획을 세웠습니다.



애자일하게 읽는다는 의미


애자일을 가장 간단하게 요약하면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가치 있는 제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계획 주도형과 다르게, 애자일은 점진적이고 반복적으로 제품을 출시하여 피드백을 통해 학습하여 다음번 시행에 좀 더 '잘' 임할 수 있는 방법론이니까요.


전통적인 독서방법을 서문부터 시작해서 한 장씩 이해하며 정독하는 방법이라고 했을 때 이 방법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좋지 않습니다.


1. 정독할 필요가 없는 책도 정독하면서 낭비되는 비용이 큼

    빠르게 읽고 버릴 책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책은 따로 있습니다

    정독해서 읽는 거나 훑어보는 거나 내용 이해도의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한계 효용)

2. 시간이 없어 다 못 읽었을 때 낭비되는 비용이 큼

    만약 뒷부분에 핵심적인 내용이 있었다면? 

3. 시간이 지나면서 앞부분 내용을 잊어버림

    어차피 잊힐 정도의 비중요 내용을 왜 정독하는지

    읽을 때마다 앞 내용 까먹어서 다시 읽느라 버리는 시간

    중요한 내용이면 어차피 반복적으로 나오므로 굳이 처음부터 이해할 필요 없음


애자일하게 읽는다는 건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가치 있는 제품을 전달하여 피드백받아 학습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되는 부분부터 읽는다던가, 내가 모르는 부분부터 읽는다던가, 빠르게 훑어보는 것을 반복적으로 한다던가 등은 모두 상대적으로 훨씬 더 애자일스럽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 애자일하게 읽는가

변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얼마나 빠르게 변하느냐, 느리게 변하느냐, 많이 변하느냐, 덜 변하느냐의 차이만 있겠죠. 애자일 철학은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한 매우 합리적인 철학입니다.


저는 저만의 학습 매트릭스가 있습니다.

x축은 변화의 정도입니다. 왼쪽은 빠르게 변하는 것이고 오른쪽은 느리게 변하는 것입니다.

y축은 업무와의 연관 정도입니다. 아래쪽은 상대적으로 업무와 연관되지 않는 분야이고, 위쪽은 상대적으로 업무와 연관된 것입니다.


1분면(덜 변하면서 업무 연관성 높은)은 원론서들이 이 분야입니다. 

2분면(빠르게 변하면서 업무 연관성 높은)은 실용서들이 속합니다. 1분면의 책이 HCI 개론이라면 2분면은 그냥 시중에 많이 나오는 UX 관련 책이죠.

3분면(빠르게 변하면서 업무 연관성 낮은)은 그냥 심심풀이로 보는 것들입니다. 이 분야는 책을 구매하지 않습니다. 

4분면(덜 변하면서 업무 연관성 낮은)은 제가 가장 재밌어하는 분야들입니다. 인간 본성, 자연 본성 등 최상위 개념을 다루는 주제들입니다. 

 

위 분면별로 2,3분면과 1,4분면은 읽는 방법이 다릅니다.

2,3분면은 최대한 대충 읽어서 빠르게 써먹고 버려야 하고, 1,4분면은 오랜 시간 투자해서 읽어야 합니다. 

얘기했다시피 세상은 변하기 때문에 굳이 당장 애드혹하게 써먹어야 하는 것에 시간(시간을 재고 개념으로 생각하면 쉽죠)을 많이 쓰는 것은 낭비니깐요.


그럼 이 에센셜 스크럼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이 책은 실용서입니다. 2분면에 속합니다. 대충 읽고 빨리 써먹어야 하는 책이죠. 

최대한 빨리 읽고 써먹으면서 계속해서 지식을 업데이트하면 됩니다. 

다만, 이 한 권의 책 안에서도 덜 변하는 것과 빠르게 변하는 내용이 섞여있기 때문에 각 챕터들의 스토리포인트를 다르게 부여해서 읽어야 합니다.


요약하면, (시간이란 자원을 고려하여)빠르게 변할만한 것에는 최소한의 투자만 하자입니다. 

적은 투자로 학습하고 나서, 필요할 경우(빠르지만 중요한 변화라던가)엔 추가적인 투자를 하면 됩니다.

제일 안 좋은 건, 중요할지 안 할지 모르는 분야에 긴 시간을 투자하는 거니깐요. 



그래서 어떻게 읽겠다고?


스크럼 방식의 계획을 세워보려고 합니다. 

목표는 제가 알고 있는 애자일 관련 지식을 업데이트 하고, 부족한 방법론적인 지식과 적용 기술을 익히는 것입니다. 점심시간에 틈틈이 읽을 예정이고, 12월까지만 읽을 예정입니다. 


일단, 현재 내가 알고 있는 스크럼 지식을 이용하여 계획을 세울 예정이며, 스프린트를 반복하면서 학습된 내용을 이용하여 계획을 업데이트 할 겁니다.

어차피 모든 건 변할 테니까 계획은 대충만 세웁니다.


첫 스프린트에서 읽고 싶은 것만 정하고, 나머진 애드혹(ad hoc)하게 적용해 나갈 겁니다. 

계획은 중요하기 때문에 대충 세우는 겁니다. 가장 멍청한 계획은 근거 없는 걸 가정해서 매우 오랜 시간 공들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상대적으로 가까운 계획은 디테일하게, 먼 계획은 대충만 세우고 점진적으로 변화에 따라 적응해 나가는 계획이 좋은 계획입니다.



1. 백로그 

     - 이미 목차가 나와 있으니 백로그는 대충 잡혔습니다.

     - 다행히도 목차 간에 의존적이라기 보다는 독립적인 요소가 커 보입니다. 즉, 쪼개서 봐도 충분해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 꼭 읽어야 하는 챕터, 가능하면 읽을 챕터, 큰 상관없는 챕터로 구분합니다.

     - 스토리 포인트를 부여하기 애매하니까, 1주일에 읽을 수 있을 정도를 대충 첫 번째 스프린트 목표로 정할 겁니다.      


2. 스프린트

     - 스프린트는 1주일로 잡았습니다.

     - 일단 꼭 읽어야 하고, 내가 모르는 부분이거나 더 알고 싶은 챕터와 상대적으로 덜 변하는 원론적인 부분들을 첫 번째 스프린트에 읽을 예정입니다.

     - 첫 번째 스프린트를 통해 학습된 내용으로 전체 계획을 수정해야 하므로 계획이나 추정과 관련된 챕터를 포함해야 합니다.

     - 그래서 노란색으로 표시한 백로그들을 첫 번째 스프린트(이번주)에서 읽을 예정입니다.

     - 이번 스프린트를 통해 대략적인 속도(velocity)를 알게 되면, 목표한 완료 시점에 어느정도까지 읽을 수 있을지 추정 가능할 겁니다.

     - 이번 스프린트를 통해 학습한 걸 토대로 다음 주 스프린트 전에 백로그와 스토리포인트를 다시 정리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대략적으로 첫 번째 스프린트를 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사실 이 글 쓸 시간에 책을 읽었으면 될 텐데 일하기 싫으니 별짓을... -_-


바쁘고 피곤하기 때문에 일정상의 불확실성이 높아 계획대로 안 될 겁니다.

그러니 그런 불확실성을 애초부터 수용할 수 있도록 애자일스럽게 읽으려는 거고요.

월말까지 3번의 스프린트를 돌아 '에센셜 스크럼 책 읽기' 프로젝트를 완료했을 때 제가 원하는 완료 목표는 아래와 같습니다.


- 애자일에 대한 조금 더 깊은 이해

- 스크럼 방법론에 대한 이해

- 스크럼 환경에서 각 플레이어들의 역할 이해

- 내가 PO나 스크럼 마스터가 될 경우 해야 할 일 숙지

- 애자일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성취감


여러분들도 가치를 빠르게 얻을 수 있는 방식으로 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특히나 실용서는 목적 자체가 빠르게 써먹는 것이니까, 최대한 대충 빠르게 읽고 써먹는 것을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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