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현 Nov 18. 2018

당신의 일은 당신과 닮았나요?

지금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까?

평소 에세이를 찾아 보는 편은 아닙니다. 

에세이가 주는 울림들도 분명 좋지만, 다른 읽을꺼리가 너무 쌓여 있다 보니 언제나 뒷전이 되더라고요.

간만에 마주한 에세이집 '나를 닮은 일은'은 최근에 제가 고민하는 문제들과 겹쳐 많은 울림을 준 책이었습니다.


<에세이 보면서 이렇게나 많은 표시를!!>

전 어떤 일을 하건 일하는 사람 스스로 '업에 대한 정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강요하는 일에 대한 의미 말고 스스로가 일을 정의해야만 그 일을 내가 잘하고 있는지, 성장하고 있는지, 만족하고 있는지 등을 알 수 있습니다. 


나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 

난 왜 이 일을 하고 있나? 

연봉이 20% 줄더라도 이 일을 계속 할건가? 얼마까지 줄어도 이 일을 할 수 있나

내 일과 삶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나, 단지 경제적 연결인가?

스스로에게 물어왔던 이런 질문들이 이 책에는 고스란히, 꽤나 날것의 표현으로 생생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한명의 인터뷰어와 8명의 인터뷰이와의 대화가 적혀있습니다.

인터뷰이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자신이 선택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들은 지금이 행복하다고, 여유롭다고, 즐겁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닌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얘기를 들려줍니다. 처절하고, 경제적 안정도 없고, 매일 불안하고 힘들지만 자기가 선택한 일을 해 나간다고요.


세상이 원하는 직업이나 보편적인 직업 선택의 기준으로만 삶을 바라보는 대다수들에겐 이런 인터뷰이와 인터뷰어의 말이 나이브하게 들릴지도 모릅니다. 아마 대다수는 속으로

먹고 살만하니까 그러겠지 뭐

이렇게 생각할 게 뻔합니다. 책에서도 이런 내용에 대해 나옵니다. 

<각자의 먹고 사는 기준>
<믿는 구석이 없으니 오히려 더 처절하게 일에 집중을 한다>

저 역시 그냥 월급 받으며 살아가는, 매월 나가는 카드값과 텅빈 '텅장'을 안타까워하는 월급쟁이 중 한명입니다.

그래도 월급의 노예처럼 살진 않습니다. 적어도 제가 하고 있는 기획이란 일은 제가 선택한 일이고, 딱히 돈이 선택의 기준도 아닙니다. 기획이란 업에 대한 스스로의 정의도 명확하고, 그 이상적인 정의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먹고 살만해서가 아닌, 기준이 다른 것 뿐이죠.

기준점을 밖에 찍고 타인의 시선, 타인들이 만든 가치관을 따라가면 얼마를 벌어도 부족할 것이고, 자기 안에 기준점을 찍는 사람들에겐 상대적으로 그런 것이 덜하겠죠. 


그럼 왜 그들은 그 일을 할까?

전 동기이론을 통해 그 분들을 설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람이 일을 할 때 6가지 동기가 있다고 합니다.(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닐 도쉬/린지 맥그리거, 2016)

사람이 일하는 이유 중 즐거움(play), 일의 의미(purpose), 성장 욕구(potential)는 업무에 직접 연관돼 있어 ‘직접동기’입니다. 내적 보상이나 내적 동기와도 닿아 보이고요.


이에 비해 정서적 압박감(emotional press), 경제적 압박감(economic press), 타성(inertia)은 성과에 악영향을 끼치는 간접 동기 내지는 외적 보상이고요.


자기 일을 선택한 사람들은 아마도 직접 동기가 크게 작용하고 있을 겁니다. 그들에겐 경제적 압박이나 정서적 압박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실패를 당당히 얘기하고, 자신들의 일이 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일이 아니더라도 그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왜 그들이 내적 동기를 추구하고, 직접 동기로 움직이냐는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자기가 결정한, 자율적인 선택에 의한 결정만큼 높은 수준의 동기부여는 없으니까요.



당신은 어떤 답을 할 수 있나요?

책의 마지막 '나가는 말'에 인터뷰어 김남규는 이렇게 묻습니다.

'좋아하는 일만 해서는 살 수 없다'는 이야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당신이 생각하는 일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당신의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으면 하나요?

당신의 선택에 후회가 남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어던 삶을 살고 싶으신가요?


2018년도 끝나갑니다. 모두 연말 회고하는 기분으로 위의 질문들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해보면 어떨까요?

여자친구나 믿고 의지하는 친구가 있다면 서로에게 묻는 게 더 좋을 수도 있고요.


마지막으로 책에 나온 문구 중 인상 깊었던 사진 하나를 남기면서 글을 마칩니다.

기준선을 내 안에 두는 사람에겐 '어떤 일'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