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지인(知人)'이라는 말을 빈번하게 사용하게 되었는데 '아는 사람' 정도의 의미다. 요즘은 가까운 관계에 피로감을 느끼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또 하나의 트렌드로 나타난다. 만나도 사적인 질문을 받기도 꺼리며 하지도 않는다. 아직 젊은 나이지만 이런 문화를 경험해보진 못해서 어색하기만 하다. 만약 내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에 대해 궁금하니 어느 동네에 사는지, 하는 일은 뭔지, 취미는 뭔지 묻지 않을 수 없을 거 같다. 근데 그런 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니. 오히려 어려워진다.
사실 고사성어에 '지음(知音)'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거문고 연주를 잘하는 '백아'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 친구 '종자기'는 그 친구의 연주만으로 생각을 꿰뚫어 보았다고 한다. 그 둘의 우정을 가리켜 '소리를 듣고 마음을 아는 친구'라는 뜻으로 '지음'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적당한 관계를 지향하는 모임도 많아지고 프립, 문토, 당근모임 같은 서비스들도 많아졌다. 그 중 최근 서비스를 종료하고 파산 신청한 '남의집'의 창업자분은 서비스 종료 공지 후 많은 유저분들에게 팬레터를 받았다고 한다. 심지어 호스트분은 감사패까지 전달했다고 한다. 적절한 관계(지인) 지향 서비스가 마음을 아는 브랜드(지음)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과는 아쉽지만 소수의 '지음' 유저들이 있었기에 창업자분은 다시 용기낼 힘이 생기지 않았을까.
글을 쓰다보니 전에 읽었던 책 <날마다, 브랜드>의 글귀가 문득 떠오른다. 브랜드의 규모, 전략에 따라 정답은 없다. 다만 내가 만약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면 사용자가 내 브랜드를 마음으로 알아주는 '지음'같았으면 좋겠다.
백 명이 알고 있는 브랜드
열 명이 좋아하는 브랜드
한 명이 사랑하는 브랜드
좋은 브랜드의 기준은 무엇일까
- <날마다, 브랜드> / 임태수 / p.29
참고
에고에 휘둘리지 않기 https://brunch.co.kr/%40yongisa/63
도서정보 <날마다, 브랜드> https://www.yes24.com/Product/Goods/33147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