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비건 - 김한민
퇴근길에 저녁거리를 사러 마트에 갔다. 매 번 비슷한 요리만 하는 것 같아서 무얼 해 먹을지 고민이 됐다. 마트를 한 바퀴 돌아 정육코너 앞에 섰는데 갑자기 붉은 고기들이 기괴하게 느껴졌다. 고기를 사고 싶지 않아서 시금치와 생크림 한팩만 집어왔다. 버섯 넣은 시금치 카레를 만들었다. 버섯만 넣어도 맛있을지 의문이 들었지만 미얀마에서 먹었던 그린 카레를 생각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
정육코너 매대의 붉은 고기들이 괴상해 보였던 건, 아무래도 얼마 전 읽은 김한민 작가의 책 ‘아마도, 비건’ 탓일 테다. 책을 읽은 건 몇 주 전이었는데, 갑작스럽게 오늘,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까지 치열하고 예민하게 환경에 해를 입히지 않으려는 그의 생활에 감탄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의 건강뿐만 아니라 건강한 지구를 위해 지나치지 않게 살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책에서 그는 비건이 얼마나 건강한지에 대해, 비건에 대한 오해나 의심에 대한 반박을 명료하게 썼다. 나는 늘 염두에 두기만 하는 사람이어서, 게으른 내가 부끄러워졌다. 육식과 일회용품, 플라스틱 소비를 끊어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실천은 없었다. 육류 소비를 당장 그만두는 건 아직 어렵게 느껴진다. 할 수 있는 해물이나 채식요리가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해산물 손질이 어렵고, 자칫 비려질까 걱정이 되어 매번 피해왔다. 해산물이나 유제품을 소비할 때 벌어지는 문제들 또한 있지만, 일단 하나씩 해보자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