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영 Jan 24. 2019

0. 떠날 채비

배낭여행을 위한 준비물



우선 방콕으로 가는 비행기를 예약했다. 첫 번째 목적지가 ‘방콕’인 이유는 비행기 값이 싸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에 쉽기 때문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sns를 보며 갈 만한 곳을 물색했다. 인도차이나반도의 다섯 국가를 다 돌아보기엔 시간이 부족해서 라오스와 캄보디아를 제외한 태국, 미얀마, 베트남에 가기로 결정했다. 방콕에서 태국 남부로, 그다음 미얀마, 다시 태국 북부, 마지막으로 베트남으로 향하는 것이 우리의 계획의 전부였다. 베트남이 마지막 여행지가 된 이유는 한국으로 오는 직항이 많기 때문이다. 가지고 갈 노트의 앞쪽에 준비물을 그려 넣었다. 떠나기 전날, 첼시를 호텔에 보내고 노트를 보며 짐을 쌌다. 긴 여행이 실감 나지 않았다.





목록에 체크하며 물건을 차곡차곡 넣었다. 50리터 배낭이 여행을 위한 물건들로 가득 찼다. 배낭의 대부분은 옷이었다. 바닷가 휴양지부터 고산지역까지 갈 생각이어서 가벼운 옷과 경량 패딩, 편한 운동복 등 다양하게 필요했다. 부피를 줄이기 위해 현지에서 구입할 수 있는 세면도구는 작은 것으로 챙겼다. 작고 가벼운 우산과 우비도 챙겼다. 배낭 속 물건 중 가장 무거운 건 책이었다. 되도록 무게가 가벼운 책으로 챙기기는 했지만, 두 사람이 두 달 동안 읽을 책이니 꽤 묵직했다. 여행지에서 서점에 갈 때마다 ‘영문서적을 읽을 수 있으면 배낭이 꽤 가벼워졌을 텐데!’하고 생각했다. 가지고 간 물건 중 삼각대는 단 한 번도 쓰지 않았다. 스마트폰용으로 나온 작은 삼각대였지만 늘 깜빡 잊고 챙기지 않았다. 여행을 하는 동안 피임약을 먹고 생리를 멎게 할지, 생리대를 가지고 가야 할지 고민을 했다. 덥고 습한 나라에서 패드를 사용하는 것은 불편할 것 같고, 약을 먹자니 두 달 동안 매일 빼먹지 않고 먹을 자신도 없었다. 두 달 이상 약을 먹어 본 경험도 없어서 걱정이 되기도 했다. 고민 끝에 나는 한국에서 탐폰을 챙겨가기로 했다. 휴대성이 좋게 나온 탐폰과 패드형 생리대를 몇 개 챙겨 넣었다. 이것도 자리를 꽤 차지했지만 덕분에 편히 여행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챙겨간 상비약과 개별 포장된 인공눈물도 잘 쓰고 왔다. 바이크를 타거나 복잡한 도심을 거닐던 날에는 눈이 쉽게 건조해졌다. 인공눈물을 하나씩 가지고 다니면서 건조함을 느낄 때마다 넣었다. 깜빡 잊은 날에는 눈이 붉게 충혈되기도 했다. 약국에서 배낭여행을 가는데 어떤 게 필요할까요? 하고 물으니, 프린트된 종이를 보여주셨다. 보여준 목록에는 진통제나 감기약, 소화제, 상처에 바르는 연고 등이 있었고 나에게는 생소한 항히스타민제(알레르기약)도 있었다. 항히스타민제까지 구입하면서 이걸 다 쓰고 오려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평소에도 특별한 알레르기가 없어 구입을 망설였으나, 여행 중에 난생처음으로 두드러기가 올라왔다. 아무래도 다양한 기후변화를 몸소 체험하느라, 또 낯선 음식을 먹기도 하느라, 몸이 많이 지쳐서 그랬으리라 생각된다. 두드러기가 올라오면 하루에 한알씩만 먹으라던 약사에 말에 따라 약을 먹었다. 삼일 정도 먹으니 가슴과 목에 올라왔던 두드러기가 잠잠해졌다.


가지고 가지 못 해 아쉬운 물건은 없었지만 물감을 자주 쓰지 못한 게 아쉽다. 노트는 빼곡히 일기로 채우고 작은 수첩에 종종 드로잉을 했지만, 물감은 어느 순간부터 배낭의 가장 아래에 박혔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음 여행에선 더 천천히 그리고 싶다.





65일간 남편과 동남아로 떠났습니다.

다녀온 뒤 여행지에서 쓴 일기를 보며

다시 그리고 썼습니다.


instagram @lllhay_o


매거진의 이전글 방콕의 국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