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야구 시즌3 1회 (20240415)
*출처:<최강야구>(jtbc)홈페이지
승률 7할을 넘어서야만 다음 시즌이 가능한 몬스터즈들의 약속은 시즌2 후반으로 갈수록 조마조마했다. ‘설마~~’라는 말로 불안감을 달래며 경기를 지켜본 것이 몇 번인 지. 쉽지 않았지만 7할 고개를 넘었고, 감동의 최강야구 어워즈와 단합을 위한 제주도 여행까지 잘 마무리했다. 프로야구도 시즌이 마감되어 <최강야구> 다시 보기가 일상의 낙이었던 겨울은 길었다. 혹시 새로운 소식은 없나 홈페이지를 들락날락 해봐도 별 다를 것 없고, 몬스터즈들은 무엇을 하는 지 기사 검색을 해도 걸리는 것이 없었는데 때 아닌 <최강야구>를 둘러싼 논쟁으로 다음 행보가 흔들리는 것은 아닌 지 걱정이 깊어지기도 했다. 제작진은 무대응으로 일관했고 대중들의 마음에서 논쟁의 흔적은 서서히 지워져갔다. 물론 명쾌하게 정리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개운하지는 않다.
일주일 일찍, 3월 23일 2024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되면서 최강야구가 없는 월요일의 허허로움은 더 크게 다가왔다. 시즌3가 시작될 4월 15일까지는 너무 긴 기다림이었다. 시즌3 첫 직관 경기가 4월 21일이니 몬스터즈들의 경기를 TV로 볼 수 있는 것은 빠르면 4월말, 아니면 5월이 될 것이고, 지난 시즌을 생각해 보면 시즌이 재개되어도 몇 주는 스토브리그와 트라이아웃 등이 여백의 시간을 채울 것이다.
스토브리그가 얼마나 치열한 고민과 잔인한 결정의 시간인 지는 이미 알고 있다. 야구단의 입장에서는 최상의 팀 전력을 만들어내기 위해 선수를 재배치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때로는 출중한 선수라도 방출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꼭 필요한 선수는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데려와야 한다. 연봉도 그렇다. 주는 사람은 적게 주고 싶고, 받는 사람은 더 받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니 아무리 선수 개개인의 시즌 성적 데이터와 팀의 상황을 고려한다고 해도 연봉 협상은 모두 만족시키기 어려운 난제 중 난제이다. 그렇게 시작된 몬스터즈들의 스토브리그, 방출은 없었다. 다행이었다. 키움 히어로즈 투수 코치가 된 오주원 선수 외에는 모두 시즌3를 함께 할 수 있었다. 연봉은 예상했던 대로 시즌2 성적에 따라 결정되었다.
선수와 단장은 1:1로 마주 앉았다. 현역일 때나 몬스터즈일때나 협상 테이블은 누가 먼저 말을 꺼낼 수 없을 만큼 긴장감이 돌았다. 선수들은 A, B, C, D 등급으로 분류되었다. A등급 누가 봐도 인정할만한 성과를 올린 선수들이었다. 그들은 여유가 있었고, 단장에게 자신을 어필하는데 거침없었다. 단장의 지적에도 주눅들지 않고 변명이 아닌 설명과 합리화가 아닌 합당한 주장으로 그 지적을 받아냈다. B군은 잘한 것과 부족했던 것이 반반이었던 만큼 단장의 지적에 적절한 설명으로 답하지만 시즌 합류 여부와 연봉에 대해서는 결이 다른 긴장감이 보였다. C군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선수 본인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름의 변명을 하지만 불안한 마음은 뚜렷이 보여졌다. 단장은 성적이 전부가 아니기에 이들이 갖고 있는 각자의 기여도를 평가해주었다. 그리고 D군. 출전 경기가 적다보니 경기 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고 떨어진 경기감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악순환의 고리를 쉽게 끊어내지 못했던 선수들이다. 시청자 입장에선 어느 선수들보다도 이들의 선전을 기대했기에 이들과의 면담을 보는 것은 가슴 저린 관람이었다. “돈을 받는다는 건 프로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시합에서 이겨야 하고 시합을 봐주는 관중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줘야 한다. 프로라면 시합에 나가는 매순간에 그런 의식이 필요하다”는 김성근 감독의 말처럼 출연료를 받고 있으니 자신의 몫을 해야겠지만 운동이라는 것이 마음먹은 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보니 D군에 속한 선수들은 스스로가 가장 안타까웠을 것이다. 어찌 보면 방출이 당연하지만 단장은 함께 가기로 결정했다.
D군 선수들의 눈물은 뜨거웠다. 시즌1 MVP에서 시즌2 D군으로 추락한 유희관은 시즌2 내내 마음 고생이 많았음을 촉촉해진 눈가에서 읽을 수 있었고, 시즌1 때 입스가 와서 고생하고 시즌2에서는 야구공보다 슬레이트를 들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 이홍구의 눈물에는 야구 선수로써만이 아니라 가장으로써의 책임감과 왜소해져가는 자신을 지켜내야 한다는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있어 어떤 선수보다도 격하게 껴안아 주고 싶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밀려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마음을 가장 크게 흔들어 놓은 선수였다.
야구는 실력보다 기세, 기세보다 절실함이 상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만들어내는 스포츠임을 생각해 보면 7할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선수들의 모습과 이를 팀웤으로 하나가 되게 하는 전략이다. 연봉협상 테이블에서 D군 선수들이 보여준 눈물에는 수많은 사연이 들어있다.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화려한 은퇴식과 함께 레전드라는 이름을 갖고 떠난 선수들도 있지만 침체를 벗지 못하고 슬그머니 떠난 선수들도 있다. 그들이 <최강야구>라는 그라운드에서만은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최소 출장 이닝수 보장’ 원칙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감독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숙제가 될 것이고, 이것 때문에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이기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7할 승률보다 중요한 것은 야구를 함께 한다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각 선수마다 출장 이닝수를 보장해준다면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몬스터즈가 탄생할 수 있지 않겠는가.
스토브리그를 보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신재영, 정의용 선수를 대상으로 한 깜짝 카메라였다. 신재영 선수는 2016년 신인상까지 받은 선수이지만 원히트 원더로 일찍 은퇴했고, <최강야구>를 통해 다시 야구를 하면서 신인왕을 수상한 그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야구 인생을 뒤돌아 보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방출을 통보하며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 지를 관찰하게 만든 깜짝 카메라는 정말 잔인했다. 정의용도 악마의 그물을 벗어나지 못했다. 단장의 연기력이 너무 출중하다보니 방출 결정 앞에서 그는 담담하게 더 이상 야구를 할 수 없는 거네요 라면서 야구를 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즐거웠다고 답했습니다. 그런 그에게 깜짝 카메라였다고 말하자 어리둥절한 그는 일순간 깊은 숨을 내쉬며 ‘재수 없네’라고 말했다. 정말 재수 없었다. 초심으로 돌아가라며 정작 단장은 초심을 잃어버린 듯했다.
어찌되었거나 이제 시작이다. 다시 한번 세월을 넘을 준비를 마친 몬스터즈들이 만들어낼 최강의 역사는 어떤 것일지, 어쩌다 야구를 사랑하게 된 나는 벌써부터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