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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석 Nov 13. 2018

데이비드 보위와 스페이스 X, 테슬라의 공통점은?

돌은 움직이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쓰는 것일까? - 브랜드 정체성 유지하기

주말에는 왜 이리 잠이 일찍 깨는 걸까? 커튼을 젖히니 한주간 그리도 부산했던 거리가 언제냐 싶게 고요하다. 부시시 일어나 그라인더로 갈은 원두커피를 포타필터에 넣고 가볍게 템퍼로 찍어 누른 후 스위치를 눌러 압력을 가한다. 두줄기 황금빛 에스프레소는 언제 봐도 아름답다. 크레마를 홀짝이니 고소함이 입안가득차며 저 깊은 곳에서 희망이 솟는다. 

늘 그렇듯이 아이폰에서 naim어플을 켜고 음악을 고른다. 오늘은 데이빗 보위의 ‘Life on Mars?’다.


♬♬♬

It's the freakiest show

가장 괴상한 쇼야

Take a look at the lawman

법관을 좀 봐

Beating up the wrong guy

엉뚱한 사람을 때리고 있어

Oh man! Wonder if he'll ever know

이런! 그가 그걸 아는 걸까

He's in the best selling show

가장 잘 팔리는 쇼에 나오고 있다는 걸

Is there life on Mars?

화성에도 삶이 있을까?

♬♬♬


곡 특유의 신비롭고 익살스럽기도 한 음율이 오늘따라 익숙한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얼마전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 CEO일론 머스크가 화성 여행 본격화를 위해 엔진 27개를 묶은 팔콘 헤비 로켓 시험 발사에 성공했는데, 이때 스페이스 엑스가 발사장면을 중계하면서 틀었던 곡이기도 하다. 이번 발사 목적은 화성 이주를 위해 무거운 짐을 싣고 화성 정도 먼거리로 보낼 수 있는지 실험하기 위한 것으로, 일론 머스크 자신이 타던 전기 스포츠카를 실어 보냈다. 

이 차 운전석에는 스타맨이라는 더미 인형이 앉아 있는데, 스타맨은 데이빗 보위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1969년에 발매된 이 노래는 최근 화성을 소재로 한 맷 데이먼의 영화 ‘마션’에 이어 실제 화성에서도 곧 울려 퍼질 기세이다. 

이번 발사 성공으로 일론 머스크가 고교 때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미국으로 이민하여  맨손으로 일군 민간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 엑스는 화성여행이라는 대업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되었다. 일런 머스크는 그러면서도 피말리는 발사현장에 데이빗 보위의 음악을 틀고, 그의 곡 제목인 스타맨이 자신이 개발한 전기 스포츠카 운전석에 오른손을 창밖으로 내민채 우주를 유영하게 하는 유머감각과 스토리 양산 감각에는 엄지척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팰컨헤비 로켓이 쏘아 올린 테슬라 전기 스포츠카의 운전석에는 더미인형 ‘스타맨’이 데이빗 보위의 스페이스 오디티 Space Oddity


 

이렇게 화성 여행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첨단시대인 만큼, 음악을 듣는 방법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요즘처럼 이어폰이나 외장 스피커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다 앰플리파이어 (일명 앰프)라는 소리 증폭기 덕분이다. 앰프는 1902년경 플레밍이 진공관을 발명한 덕분에 진공관 앰프로 기존대비 엄청난 고음질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된 이후 지금의 반도체 칩을 사용하는 디지털 앰프에 이르기까지 많은 변화를 이뤘는데, 앰프로 재생되는 음악의 전성기는 1950년~1970년대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 당시의 음악 소스는 주로 라디오나 1948년에 개발된 LP음반이었다. 그 전에는 아주 짧은 시간만 음악을 재생할 수 있었으나, 한면에 서너곡도 재생이 가능하고, 고음역대까지 품은 LP덕분에 (그래서 이름도 LP: Long Play이며, 재질 때문에 바이닐 레코드 라고도 불린다) 한자리에서 여러곡을 CD보다도 더 좋은 음질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LP는 주변 소음까지도 녹음할 정도로 넓은 음역대를 녹음하여 들려주었는데, 요즘의 CD나 특히 MP3는 그 음역대 중 파일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서 위 아래 영역을 잘라서 기록하고  재생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실제 소리보다는 왜곡이 좀 더 심하다. 따라서 음질이 좀 더 딱딱하고 오래 들으면 귀가 피곤해지고, 연주되는 모든 악기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등의 부작용이 있다.


팰컨헤비 로켓은 기존과 달리 발사된 발사체를 재회수를 하는 컨셉으로 경쟁사 대비 1/4로 줄인 980억원짜리 발사를 성공하여 인류 화성이주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되었다.

그래서 아직도 LP매니아들은 턴테이블에 장착된 바늘이 1분에 33회 속도로 돌아가는 LP판에 새겨진 홈을 따라 읽은 후 포노앰프로 증폭시켜서, 마치 연주회장에서 직접 듣는 듯한 자연스러운 소리를 내는 LP음반 소리를 좋아한다. 한때 희미해졌던 이러한 트랜드는 점점 강해져서 우리나라에는 2004년 일산의 서라벌 레코드사 폐업을 마지막으로 역사속으로 사라졌던 LP공장이, 최근 마장뮤직앤픽처스 등 몇 곳이 다시 생겨날 정도로 부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카세트 테잎에 녹음된 음반들도 덩달아 인기를 끌어 이를 재생하기 위한 워크맨 등의 카세트테잎 플레이어 중고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혹시 여러분도 집 창고에서 이것을 찾게 된다면 절대 버리지 말것을 권한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턴테이블과 워크맨을 자주 접하면서 음악을 어떻게 좋아하는 음색으로 즐길 수 있는지를 찾아 헤매곤 했다. 이를 위해서는 좋은 연주, 고품질 녹음, 고품질 재생을 위한 앰프와 스피커, 이를 연결하는 스피커선 등 각종 케이블, 안정적인 전기공급, 감도 높은 청각 소유 등이 최적으로 조합되야 하는데 이것은 화성 여행만큼이나 힘든일이다.

나는 그 중에서도 추구하는 음질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앰프를 오랜 동안 찾아 헤메었는데, 기준은 이러했다. 고품질 음원을 재생할 수 있으면서 음악 선곡과 재생이 편리하고, 하루 종일 음악을 틀어도 귀가 피곤하지 않는 자연스런 음색이어야 하고, 디자인은 미니멀하고 브랜드 신뢰도가 높은 제품일 것.


“과연 이런 제품이 있기나 한 걸까?”

나의 긴 여정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음악 선곡과 재생의 편리함은 멜론, 유튜브 레드, VEVO, 타이달,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등의 어플을 깔아 선곡하고 무선 스트리밍(아이폰의 경우 에어플레이, 안드로이드의 경우 구글 캐스트로 실행)으로 스테레오 앰프에 재생하는 방식이 가장 편리하다. 음질은 최대 비트율이 320kbs인 mp3포맷이나 CD수준의 16비트 44.1kHz, 스튜디오 마스터링 음원 수준인 24비트 96kHz 혹은 192kHz (요즘은 32비트도 가능하다) 등의 순으로 음질이 좋다. 

LP의 재생은 아날로그 방식이지만 스마트폰이나 PC, 스트리밍 음악의 재생 소스는 디지털 음원에서 비롯된다. 디지털 음원의 전형은 16비트, 44.1kHz로 제공되는 CD이다. CD는 1982년 상용화한 첫 디지털 음원 포맷이다. 음원을 위 아래를 더 잘라내어 압축하는 방식이 MP3이다. 


우리가 ‘16비트’라고 할 때의 ‘비트’는 하나의 소리 신호를 표현할 수 있는 깊이를 말한다. 16비트는 2의 16제곱, 즉 6만5536단계로 소리를 담을 수 있다. 44.1kHz는 1초를 4만4100번 잘게 나누어서 기록한 걸 뜻한다. 즉, 소리의 모든 영역을 넓게 포함할 수록(비트가 높아짐) 현장에서 직접 듣는 듯하고, 단계를 더 잘게 쪼갤수록 (샘플링이 높아짐) 소리가  끈김없이 자연스럽게 들린다. 즉, 우리가 사람과 대화하는 소리는 공기를 통해 전해지는 음파가 사람의 고막을 울리는 아날로그 방식이기에 끊김없이 자연스럽게 들리지만, 디지털방식은 잘게 쪼개서 녹음하고 다시 잘게 쪼개서 재생하는 방식이라 원음이 손실되고 소리가 부자연스러워 진다고 생각하면 쉽다. 그래서 정보량이 적은 MP3 포맷은 음악 한 곡 용량이 4~5메가에 불과하고, CD는 한곡에 20~40메가 정도이며, 24비트 192kHz는 한곡당 500메가에서 1기가가 넘기도 한다.


고품질 음원은 무엇보다도 수준 높은 연주와 녹음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수억원짜리 앰프라도 음원이 시원치 않으면 재생음악도 그렇게 된다.

녹음이 잘된 명반은 그 자체만으로도 존재감이 대단하지만 좋아하는 곡을 가장 잘 연주하고 녹음한 음반으로 듣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어 유명한 곡들을 고음질 음반으로 재제작하여 판매하는 경우도 많다.

스피커로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소스기기(턴테이블, CD플레이어, mp3, FM라디오, 유튜브 등)를 통해 들어온 음원을 스테레오 앰프가 소리를 증폭시켜야 한다. 그런데 턴테이블이나 FM라디오를 제외한 mp3등은 디지털 신호이기에 아날로그 신호만을 받아들이는 스피커를 울리기 위해서는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하는 장치(DAC)가 필요하다. 디지털 음원이 없었던 옛날 앰프는 이 장치가 필요 없지만 최근에는 앰프에 이 장치가 추가로 장착되어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AR, 피셔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많은 제품들은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졌으나 1960년대 말 영국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네임Naim은 Nait라는 소형 인티앰프(소리를 증폭하는 파워앰프와 볼륨과 음색조절이 가능한 프리앰프를 합쳐놓은 앰프의 한 형태), 일명 ‘도시락’이라 불릴 만큼 작지만 중역대 소리가 두툼하면서 찰진 소리 성향으로 크게 히트하였다. 그 이후로 수많은 앰프를 출시 하면서도 이러한 네임 특유의 심플하고 단아한 디자인과 찐득하고 고급진 음색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는 전략으로 전세계에서 매니아를 양산하였다. 


우리나라에도 네임 앰프 매니아들이 많은데 나도 그 중에 한 사람이다. 좋아하는 곡을 더 좋은 소리로 듣겠다는 열망은 수많은 오디오 브랜드에 대한 바꿈질로 이어졌다. 내가 원하는 오디오 제품 매물이 나오면 한밤중에도 판매자 집에 방문하여 사모님의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뒤로하고 황급히 분양 받아 오기도 하였다. 한창 바꿈질할 때는 30kg 넘는 오디오를 들고 다니는 것이 벅차서 택배 기사들이 쓰는 전용 카트를 구입하여 늘 트렁크에 싣고 다니기도 하였다. 

그러다 어느날 우연히 Naim오디오를 들이게 되었는데, 택배로 배송된 박스를 황급히 풀어헤치고 전원을 넣자 마자 들었던 쇼팽의 녹턴 Op.9 No.2 In E Flat Major, 김광진의 ‘아는지’를 듣는 순간 ‘아 바로 이거다!’라고 무릎을 쳤다.

나에게 ‘네임 유니티’는 (파워앰프, 프리앰프, CD플레이어, FM라디오, DAC를 하나로 합쳐 크게 히트한 네임 제품 라인의 하나) 점점 연결이 복잡해지고 변수 통제의 어려움을 일거에 해소해 주면서도 추구하는 음질을 그대로 구현하는 구세주와 같았다. 1년이 멀다 하고 바꿈질을 하던 것이 이 제품을 들이고 부터는 수년째 거실에서 여전히 존재감을 떨치고 있다. 

최근에는 네임 유니티 특유의 쫀득하면서도 고급진 음색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애플 에어플레이나 구글 캐스트, 블루투스, 인터넷 라디오, 32비트 지원 등 편리하면서도 고음질 기술을 대거 접목한 ‘네임 유니티 아톰’은 작년에 출시된 후 국내 수입물량이 들어 올때마다 품절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아래 사진 참조)


<내 서재에서 네임 유니티 아톰 앰프로 아이폰을 통해 스트리밍 재생되고 있는 ‘Space Oddity’. 데이빗 보위 자신이 작곡하고 노래하여 1973년 싱글로 발매했고 2015 년 24비트 192kHz음원으로 리마스터링하여 오리지널 버전보다 훨씬 더 생생한 노래와 연주를 들여준다. >



네임 오디오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어지는 큰 변화속에서 오히려 더 공격적 대응을 하면서도 자신의 음색과 디자인 등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는 네임의 전략은 크게 성공하여 지금 이순간도 네임 매니아를 양산하고 있다. 이것이 내가 네임에 정착하게된 이유이기도 하다.


창밖은 봄기운 가득한 주말이다 보니 벌써 부터 길게 차량들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내친김에 데이빗 보위의 유작 ‘블랙스타’도 들어본다.

블랙스타는 1969년 ‘Space Oddity’의 대히트로 화려한 패션과 원색적인 의상, 포크락 분위기의 친숙함 등으로 글램락의 아이콘이 된 데이빗 보위가 2016년 69세로 세상을 떠나기 3일전에 발표한 26번째 정규앨범이다. 이 곡 또한 예측 불허의 독특함은 여전히 그의 것임을 보여준다.

데이빗 보위와 네임, 자신의 것을 유지하면서의 혁신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 본 글의 제목인 '돌은 움직이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쓰는 것일까'는 이문재 시집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에 수록된 시의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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