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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석 Nov 13. 2018

스마트워치 페블의 흥망

컨셉만으로 121억원의 매출을 올리다

어! 이 산이 아닌가 - 돌아 가기엔 너무 먼길


컨셉만으로 121억원의 매출을 올리다 -


2013년 페블 테크놀로지(Pebble technology)사는 (대표: Eric Migicovski) Kickstarter에 페블워치를 179달러에 사전 판매하기 시작하였다. 킥스타터는 주로 아직 상품화가 완료되지 않은 시제품이나 목업(mock-up)제품을 동영상으로 보여주며 예약 판매한 후, 나중에 상품화가 완료되면 배송하는 형태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다. 페블워치는 일종의 스마트워치로 애플워치나 갤럭시 기어가 출시되기 전에 판매를 시작하였다. 

페블워치는 전화를 걸거나 사진촬영 등의 기능은 지원하지 않지만 블루투스 기능으로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전화 알림, 카톡이나 메시지, 이메일 수신시 진동으로 알려주고, 스마트폰에 런키퍼, 미스핏 등의 어플과 연동하여 어느 정도 속도로 얼마나 움직였는지 등의 운동상황도  알려주는 일종의 다기능 시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아이폰은 물론 갤럭시나 LG등 안드로이드 계열의 거의 모든 폰들과 연동이 되며, 전자종이(e-paper) 디스플레이를 채택하여 (아마존의 이북리더인 킨들에서 채택하고 있는 디스플레이와 같은 것으로 LCD나 OLED에 비해 배터리가 매우 오래 간다는 특징이 있다) 화면이 항상 켜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터리가 7일 정도 지속되는 강점을 지녔다. 페블은 다양한 시계모양앱, 운동앱, 게임앱 등을  동시에 8개 설치할 수 있으며, 이 앱들은 패블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개인이 개발하여 업로드한 수백개의 앱 중에서 대부분 무료로 다운로드하여 사용할 수 있다. 

이렇다할 스마트워치가 없던 상황에서 비교적 평범해 보이는 이 스마트워치는 킥스타터에서 판매를 시작한 직후 부터 판매량이 증가하여 급기야 킥스타터 역대 판매 1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킥스타터에서의 판매 목표금액은 10만 달러였으나, 캠페인 런칭 2시간만에 이 금액을 달성했고  30일이 지났을 때는 470만 달러를 달성하였다. 2012년 5월 18일, 후원자 68,928명에 의해 10,266,844(121억) 달러를 모금하고 캠페인은 종료되었다. 2012년 초 캠페인 당시 페블의 가격은 첫 200개는 99달러였으며, 선주문 때는 150달러였다. 2013년 1월부터 대량생산에 돌입했으며,  2013년 7월 4일까지 85,000대가 판매되었다. 무명회사의 스마트워치 성공으로 이 회사의 CEO  에릭 미기코프스키는 미국 주요 방송사 뉴스에 출연하는 등 일약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페블의 손목시계스러운 디자인과 가벼움, 항상 화면이 켜저있으며 7주일간 지속되는 배터리로 충전에 별로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필자도 소위 뽐뿌를 받아 구입을 결심하였는데, 양산 되어 실판매 되기까지 1년여의 기다림 끝에 해외 지인을 통하여 겨우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페블워치 1세대


필자가 1년여 사용한 페블워치 1세대 (누구나 시계화면을 제작하여 클라우드에 올리고, 사용자가 원하는 워치페이스를 다운로드하여 사용할 수 있다)

페블의 작은 성공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해상도와 배터리 성능 등은 유사하였지만 디자인을 변경하고, 전자종이 디스플레이를 컬러로 업그레이드한 페블타임으로 킥스타터에서 2차 캠페인을 시작하였고 2015년 2월 24일 부터 3월 28일까지  2,034만 달러(약 240억원), 7만 8천여명이 사전구매를 하였다. 이는 킥스타터 역사상 최고의 판매고를 갱신한 것이었다. 필자는 또다시 뽐뿌를 이기지 못하고 호기심 삼아 구매하였지만 늘 꺼져있는 화면이 답답했던 애플워치를 한달만에 직거래로 처분해 버리고 페블타임을 구매하였다. 작년 페블은 70만대를 팔아 1억2000만달러(1,400억원)의 매출을 올린것으로 알려졌다.


페블워치 2세대


필자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페블워치 2세대


컨셉 방향성 시뮬레이션을 통해 성공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


  페블은 우리에게 두가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첫째, 스마트 기기 카테고리에서 무명의 중소기업이 만들겠다는 컨셉 동영상만을 시청한 7만여명의 소비자가 제품을 사전 구매했다는 것이다. 제품을 만져보고, 시연해 보고, 심지어 일정 기간 무료 렌탈서비스까지 지원해 줘도 구매 할까 말까 하는 제품이 허다한 요즘에 말이다. 우리 중소기업들도 제품의 컨셉을 잡아서 (목업 등 시제품 형태로 만들지 않아도 제품 디자인 스케치 정도를 포함하고 특징을 설명하는 수준의 컨셉보드 형태도 무방하다) 패블워치가 사전판매한 것처럼 출시전에 시장성을 미리 짐작해 볼 수 있고, 구체적인 특징을 수정, 보완해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STM(Simulated Test Market)전략 이라고 부른다. 이는 신상품 개발(New Product Development) 프로세스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제품의 정식 출시전에 시장성은 물론, 제품의 핵심가치 수용성, 기능의 추가여부, 가격, 유통경로, 커뮤니케이션 활동 등을 사전에 시뮬레이션 해보고 최적의 결과치를 얻어내어 최종 상품화 여부를 결정하는 기법으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출시 후의 성공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게된다.

둘째, 패블워치와 갤럭시 기어는 어느 산을 공략할 것인지에 대한 제품 컨셉의 방향성이 서로 달랐다. 사람들이 시계를 차는 이유는 무엇보다 시간을 알기 위해서이며, 더 나아가서는 자신을 표현하는 악세서리이기 때문이다. 미기코브스키 CEO는 “페블은 스와치와 같은 브랜드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즉 기존에 존재하고 있는 시계 카테고리를 공략하려는 의도였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에 갤럭시 기어(1세대)는 전화통화 기능과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는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크고 무거워서 휴대용 스마트기기에 가까운 형태였고, 일부 갤럭시 스마트폰 모델과만 연동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매일 충전해야 하고 평상시에는 화면이 꺼저 있고 필요시 흔들거나 스위치 조작으로 켜야 하는 등 손목시계와는 거리가 멀었다.

<필자가 비교해 본 패블 워치와 갤럭시 기어>


컨셉의 시장성을 이렇게 진단해 볼 수 있다 -


이렇게 어느 산을 공략할지 방향을 설정해주는 기능을 하는 것이 컨셉제품의 핵심역할이며, 시도구매(trial purchase)력을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공략 방향이 설정된 후에 어떻게 그 산에 이를 것인지 즉, 품질완성도를 어떻게 높일지를 고민하면 된다. 품질 완성도는 반복구매(repeat purchase)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매출은 항상 시도구매를 통한 매출과 반복구매를 통한 매출을 전략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으며, 신상품의 경우 특히 컨셉제품을 통한 시도구매력을 판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시도구매가 일어나지 않으면 반복구매는 절대로 있을 수 없으니 말이다. 시장의 고객들이 더 스마트한 다기능 시계를 필요로 하고 있는가? 더 패셔너블한 스마트 시계를 필요로 하고 있는가? 시계도 아니고 스마트폰도 아닌 제3의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를 필요로 하고 있는가? 등의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가설 방향 만큼의 컨셉을 만들어서 잠재고객에게 확인해 보자. 그러고 우선 순위를 판단해보면 비교적 쉽게 답이 나온다. 그러나 완성품 상태, 더 나아가 출시된 상태에서 이러한 변경이 이루어 진다면 그 후폭풍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지게 된다. 주요 프로젝트였다면 회사가 휘청거릴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러므로 완성품까지 가기 전에 다양한 방향의 컨셉제품을 잠재고객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하여 최적의 컨셉을 도출한 다음에 시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보다 쉬운길이고, 안전하며 비용도 적게 든다. 이미 개발완료 후 또는 출시후에 판단 미스가 밝혀지면 되돌아 가기엔 이미 너무 먼길을 온것이며 결국 가야할 산이 아닌 다른 산에서 길을 잃을 수 있다.


* 덧붙임 : 페블은 그러나 더 이상의 도약을 하지 못하고 2016년 하드웨어 부문은 포기, 소프트웨어 부문은 Fibit에 매각하였으며, Pebble이라는 브랜드도 포기하였다. 2018년 6월 부터는 기존 페블 스마트워치의 클라우드 서비스도 중단하였다. 과연 핏빗을 통해 페블의 선각자적 행보가 이어질수 있을 것인가?


<본글은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발행하는 경영잡지 '기업나라'에 1년간 기고된 컬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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