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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사이다 Dec 06. 2024

생명을 주는 것의 고통(giving birth)

임신과 출산에 관한 전시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처음 들어섰을 때 온갖 피와 살색이 난무한 그곳이 약간은 떨떠름하고 발길을 돌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본 한 장의 사진은 내 마음을 깊숙이 흔들었다. 사진 속 여성의 얼굴은 고통을 견디는 듯했지만, 나는 평소와 약간 다른 방식으로 바라봤다. 그 얼굴에서 느껴진 고통은 단지 그 여자의 것이 아니었다. 그 고통은 내 마음에서 나온 것이었을까? 나의 두려움? 혹은 내 어머니의 것인.


순간, 그 얼굴이 나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은 착각을 받았지만 사실은 작가의 말이 오디오로 나온 것이었다.


"Pain comes from the heart of observer, because the picture what it is"—사진은 자체일 뿐, 내가 본 것, 느낀 것과는 관계없는 그저 현실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 현실이 내 마음에 스며드는 방식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었다.

그 순간 나는 내 안에 숨겨져 있던 임신과 출산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동안 나는 그 과정에 대해 고통만을 상상했었다. 고통, 두려움, 그리고 불안.

하지만 전시에서 다룬 출산의 과정은 나의 상상과 달랐다. 처음으로 나는 출산을 적나라하게 영상으로 보았다. 고통도 있었고, 피도 있었지만, 그것이 하나의 아름다운 창조의 순간처럼 다가왔다. 단 한 번도 불쾌하거나 두려운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그 순간이 얼마나 경이롭고 아름다운지, 그 안에서 빛나는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두 개의 사진은 여전히 내 마음에 깊이 남아 있다.

아기를 처음 만난 아빠의 순간, 그 표정은 단순한 기쁨이 아니었다. 그 눈빛 속에는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존재의 경이가 스며들어 있었다.




엄마의 엄마와 엄마.그리고 엄마가 될(아마도).

그 얼굴에는 기쁨보다는 딸에 대한 애틋함 안쓰러움 묻어 있었다. 마치 "이 고통을 내 딸은 겪지 않았으면 했는데... 그래도 해냈구나"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듯했다.

그때, 나는 엄마가 나를 낳을 때 느꼈던 감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 엄마도 항상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내가 딸인 너를 낳았을 때 든 생각은 아! 내 딸은 제발 이 고통을 모른 채 자라나기를!이었어."



내가 존재할 수 있었던 모든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단지 우연이 아니었다. 수많은 인연들의 고통과 기쁨, 희생과 사랑이 얽혀 이루어진 결과였다.


그 모든 과정을 지나,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경이롭고 감사한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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