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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사이다 Jan 02. 2024

MZ조폭의 부업활동

요새 mz(밀레니엄+z세대) 조폭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예전 조폭들은 나이트클럽을 운영하거나 양복 입고 전쟁을 벌였다면,

4세대 조폭들은 몸으로 싸우지 않는다.

자신들이 잘하는 sns나 휴대전화, 카카오톡 등을 이용하여 리딩방 사기, 보이스피싱 사기단을 조직적으로 운영한다.

그리고 가끔 부업(?)으로 교통사고 보험금을 타기도 한다.


100건이 넘는 교통사고를 일으킨 30대 초반 남성들이 우리 방에 불려 왔다.

3명 모두 덩치가 산만하고 몸에는 문신이 가득했다.

A군이 운전을 하고, B군과 C군, D군은 늘 뒷좌석에 동승했다.

D군은 심지어 사고로 사망하기까지 했다.


그는 말했다.

"검사님 저는 억울해요. 저는 운전이 너무너무 미숙한 사람이에요"

그가 일으킨 교통사고는 모두 동일했다.

하나는 좌회전 시 차선을 넘은 차량을 뒤에서 들이받거나,

이중주차가 되어있어 중앙선을 넘는 차량들을 들이받는 것이다.


나도 예전에 우회전을 하며 차선변경을 하는데 일부러 뒤에서 차가 들이받은 적이 있었다.

딱 봐도 만만한 여성 운전자라고 생각하고, 차를 세우라고 지시하더니

차에서 뒷목을 잡고 "씨발! 운전을 그따위로 해?!"라며 욕설을 하더라.

차량 조회를 해보니 수십 번 고의사고를 낸 차량이었는데, 내가 일반인이 없으면 100프로 내 과실로 끝날수 있는 사건이었다.


여하튼 이런 사건은 보험금 부담을 높이고 운전자라면 누구나 큰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범죄이다. 피의자를 돌려보내고, 휴대폰을 조회했다.

휴대폰 파일에서

"사고, 사기, 대응"이라는 단어를 검색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들 간의 재밌는 대화가 확인됐다.


다음날 공범 3명을 불렀다.

이미 그들의 변명은 간파하고 있었다.

또 계속해서 운전이 미숙하다 어쩌다 변명하길래, 말했다.

"당신들 A군이 운전할 때마다 한 명은 휴대폰만 보고, 한 명은 자고 있었다고 말할 거죠?, 그리고 보험금을 A한테 몰아준건 그냥 A한테 돈 갚은 거라고 말할 거고요"


B와 C가 순간 입을 벌리고 물었다.

"검사님 어떻게 아셨습니까?"

"당신들 그리고 생활하는 사람들 아니에요?"

"......."

생활한다는 것은 조폭을 의미한다. 그들은 뜨끔한 표정으로 아무 말이 없었다.

사실, 그들의 대화내역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A군 : 야 새끼들아, 수사기관에서 연락 왔다. C군 너는 운전할 때마다 휴대폰만 보고, B군 너는 자고 있었다고 대답해.
B, C군 : 네 행님, 그리고 돈 들어온 것은 어느 계좌로 보내드림 되겠슴까
A군 :0104890XXXX, 아 그리고 이 돈은 내가 빌린 돈 갚은 거다. 똑바로 안 하면 죽어.
B, C군 : 네 행님

A군의 계좌내역에서 이미 보험금을 받아 서로 분배한 내역까지 확인한 우리는 범행을 확신했다.

"보험금을 타서 서로 분배한 내역까지 있는데도 발뺌할 겁니까?"


결국 A는 끝까지 부인했지만 B의 자백으로 모두를 기소할 수 있었다.

보통 조폭들은 의리로 똘똘 뭉쳐있어 변호사도 모두 조직에서 선임해 준다.

교통사고로 위장되어 죽은 D군도 안타깝지만, 저렇게 건강하고 덩치 좋은 젊은이들이 모여서 이런 몸빵(?)이나 하고 있다는 것이 퍽 씁쓸했다.


사실 고의사고 대응은 쉽지 않다. 나도 개인적으로 결국 70%의 부담금을 냈다.

다만, 같은 사고가 반복되면 보험회사에서 그 사람에 대해 금감원에 조사를 의뢰하고, 이렇게 형사 사건화가 되면 다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이 사건에서도 피해자들에게 연락하니 "역시 사기였군요"하면서 속 시원해했다)

사기꾼의 업보가 쌓이길 기다릴 수밖에.

그래도 지금 건강히 이 글을 쓰고 읽을 수 있음에 감사한 새해이다.

여러분도 안전운전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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