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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혜 Mar 26. 2016

걱정병 말기

나만큼 걱정이 많은 그대에게 하고싶은 나의 이야기.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걱정이 참 많아집니다. 일상에서 비롯되는 소소한 걱정도 있는가 하면, 업무나 공부에서 비롯되는 걱정, 그리고 나 스스로가 내 생각을 하는 내 걱정까지. 오늘은 이런 일로, 내일은 저런 일로. 끊임없는 걱정들 속에서 사람들은 오늘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마찬가지이고요.


 살아오면서 사실 스스로는 별로 걱정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고 살아왔는데, 직장을 다니면서 제일 많이 들은 이야기가 '너는 참 생각이 많아서 걱정이 엄청나구나'였습니다. 이 걱정이란 것은 뿌리가 없는 건지, 걱정을 하면 할수록 점점 깊이 걱정에 빠져들어 갑니다. 하다못해 이제는 이런 걱정을 하는 데까지 이르렀습니다.


'근데 나 오늘 왜 이렇게 늦게 자게 됐지? 이렇게 늦게 자는데 내일 일찍 잘 일어날 수 있을까? 

설마 알람을 오전이 아니라 오후로 맞춰둔 건 아니겠지?
아니 그 전에 휴대폰이 자는 사이에 갑자기 방전이 돼서 꺼지면? 

으앙 그건 안돼!'


하면서 휴대폰을 만지작만지작,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하는 마음에 또 휴대폰을 끝도 없이 설정하고 확인하고, 한참 만에야 잠에 듭니다. '진짜 내일 별 일 없겠지?' 여전히 그런 걱정을 떠안은 채로요.


 남들은 걱정이 너무 유난스럽다, 네가 소심해서 그렇다는 둥, 진짜 걱정할 만큼의 큰 일이 없으니 별 생각을 다해서 그게 걱정으로 이어지는 거라며 말했지만 그런 이유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 스스로는 퍽이나 심각한 일들이었습니다. 걱정이라는 건 부정된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된 것도 이 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그랬어요. 

하늘을 바라보면 이 지구를 감싸고 있는 우주가 너무 넓어서

내 걱정 같은 건 우주의 먼지 한톨조차 되지 못한다고요.

그렇게 소소한 일들에 너무 신경 쓰고 살아가지 말라고 했지요.


 끊임없이 걱정하는 나에게 주위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했지만, 이미 내 머릿속은 삐딱선을 타 버린 후였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저 문장은 나에게 한말의 위로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저 말을 들었을 때도, 나는 내 걱정도 아니요, 네 걱정도 아닌, 저 문장을 걱정하기 시작했고 나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은 저 문장에게 애꿎은 화풀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뭐야? 내 걱정이 우주 먼지 한톨만치도 안 된다고? 그럼 난 뭐야?

나야말로 우주 먼지 한톨도 안될 것 같은데? 나나 너나 먼지만도 못하겠구먼 뭘!

그리고 잠깐. 우주? 지구? 지구가 어딘가 운하에 빨려 들어가면 어떡하지?


 이런 스스로의 경험에서 미루어 볼 때, 그리고 나 만큼이나 걱정이 많은 사람들을 보아 오면서 느낀 것은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곧 예민한 성격과도 이어질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자신이 속해있는 주위 환경의 미미한 변화에도 이들은 곧바로 눈치를 채고 행동하며, 앞으로 일어날 수많은 변수들과 새로운 요인들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이것이 마지막에는 결국 걱정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최악을 생각하고 그 이전의 상태만 되어도 안도하고 만족하는 나 자신을 보고 있자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세상을 헤쳐나갈 것인지 한숨이 나왔습니다. 이런 나 자신에게 하는 중얼거림은 끊이질 않았고 어제도, 오늘도 여전히 저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좀 바뀌어보고자 합니다. 더 이상의 이런 걱정은 그만둬 보기로요. 당장은 어렵겠지만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다못해 생각을 조금씩 줄여나가면 무언가 변하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생각해보면 막상 걱정했던 만큼, 우려한 만큼 커다란 사건이 나를 찾아오는 일도 특별히 없었습니다. 세상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만큼 이루어주지는 않는다고들 하는데, 그런 대신에 걱정이 지어낸 큰 사건 역시 우리를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걱정이 남용되는 만큼, 생각해야 할 것을 먼저 생각하지 못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이제는 그 무엇보다, 나 스스로를 생각하고 아껴주자고요. 그동안 걱정에서 비롯되어 나와 내 주위를 향해 온 질책들은 접어두고요.


이렇게 조금씩, 그렇게 우리라는 세상은 조금씩 변해 갈 거예요. 오늘도 그랬고, 분명 내일도 그럴 거예요.

그러니 우리,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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