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콩밭에 가 있습니다>>는 제목을 보고 이건 내 얘기인데 싶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그때 내가 벌여 놓은 일은 이미 여럿 되었다. 책상 위에는 서평단 활동으로 받아 놓은 책 세 권이 놓여 있었고, 무료로 나눠주는 인문지도와 책을 받으러 잠시 뒤 작은책방에 들를 예정이었고, 그전에는 언어치료 연수를 신청했으며, 다음 날에는 표창원 역사 토크쇼에 갈 계획이었다. 늘 어디 재미있는 일 없을까 하고 눈을 희번덕거리며 이러저리 굴린다. 나이가 들면서 과감해져서 선택에 주저하기보다 일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놓치고 후회하는 것보다 벌려놓고 힘든 게 차라리 낫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크나큰 위로를 받았다. 저자는 나처럼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었다. 자신이 이런 성향이었기 때문에 우리 같은 부류를 너무나도 잘 헤아렸으며 우리 편에 서 주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럼, 그렇지’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밑줄을 쫙쫙 긋게 되었다. 특별히 나처럼 내향성이 있는 사람은 시뻘건 열정 불덩어리를 속에 품고 있어도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좀 친해지고나면 나에 대해 놀라워하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이런 내 모습에 대해서 매력있어 하거나 이해 못 하거나 둘 중 하나다.
호기심이 많거나 계속 뭔가를 시도하는 사람은 어디서나 밝고 외향적일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적인 성향을 보이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혼자 여행을 자주 다니거나 항상 무언가를 부지런히 배우고 있는, 즉 내면의 에너지 레벨이 높은 ‘내적인 적극성’을 가진 사람이다. 이런 유형이 내성적으로 보이는 까닭은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 억지로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173쪽)
<<마음이 콩밭에 가 있습니다>>에서는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인정하고 지지한다. 더 나아가 마음은 콩밭에 가 있으나 현실은 논밭에서 땀 흘려 일해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깨우쳐 준다. 틀에 박혀 답답해 보이는 직장, 원리원칙을 고수하는 주변인, 숨이 막힐 것 같은 정형화된 환경 등에 적응하지 못하고 콩밭만 헤매는 우리들에게 지혜로운 조언을 제시한다. 우리의 매력은 간직하되 일상에서 그것을 충분히 뿜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위로를 받는 동시에 더 나은 나로 나아가게 하는 책이라 좋다.
오늘도 누가 서평을 쓰라고 숙제를 내 준 것도 아닌데 카페에서 이렇게 톡톡 자판을 두드리며 글을 쓰고 있다. 그런데 내 마음은 또 어느새 벚꽃 만개한 꽃길 어딘가를 헤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