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지현 등단시인 칼럼니스트
Mar 14. 2024
우리는 그렇게 길냥이를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보았다.
햇살에 반짝이는 머루 빛 털은 더러워진 외모와는 달리 신기하게도 윤기가 좔좔 흘렀다.
이것에 대한 비밀은 다음 화에서 공개하기로 하겠다.
우리는 고양이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철없던 초등학생 시절에 한 친구가 "우리 집 고양이가 새끼를 많이 낳았어. 한 마리 줄게!"라고 말하며 내게 건네준 고양이를 잠시 기른 적도 있었다. 하지만 눈도 못 뜬 채 내 품에 안기게 된 이 고양이와의 인연도 채 일주일을 넘지 못했다. 집 안에서 잠시 키우긴 했었지만 고양이 화장실이 따로 준비되어야 한다는 작은 상식조차도 없었기에 온 집안에 고양이의 흔적이 가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이유로 나는 임시보호자 역할만 한 뒤 교회 선생님께 정식으로 그 고양이를 입양을 보내게 되었고 다행히 잘 지낸다는 소식도 들었다. 참 잘 된 일이었다.
이런 작은 기억 외에는 고양이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나는 고양이는 '고양이 전용 우유'를 먹여야 한다는 것도 모르고 사람들이 먹는 우유를 머루에게 건넸다. 그러나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머루는 다행히 어려서부터 우유를 먹으면서 자란 덕에 배가 아프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우리는 그렇게 머루와의 짧은 만남을 보낸 후에 헤어졌고 이상하게도 여운이 아주 길게 남았다. 마치 머루의 긴 꼬리처럼 말이다.
우리는 그 뒤로도 가끔씩 머루를 그리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길을 지나다가 우연히 또 머루를 만났다.
아이는 멀리서부터도 머루를 알아보면서 "인연이 있으면 또 만난다더니!"라고 크게 소리치면서 머루를 향해서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