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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si Apr 15. 2022

어른다움

어렵고 귀찮은 일을 정직하게 해내는 것


최근 사람에게 실망하는 일이 있었고, 이제서야 그 마음이 정리가 되었다. 내가 최소한으로 바랐던 것은 '어른다움' 이었는데, 마지막까지 내 앞에서 늘어지는 변명에 마음이 아팠다. 여전히 어린애를 다루는 듯한 화법과 때를 맞추지 못한 사과. 그리고 나를 정직하게 돌파하지 못하게 하는 그놈의 체면.


 순진했다고 하기엔 나는 눈치가 빨라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좀 더 믿고 싶었던 이유는 아직도 영화라는 낭만에 취해있었기 때문이다. 이 취기는 단순히 결과론적인 영화가 아니라, 그 과정의 낭만도 포함된다.


 좋은 사람들은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 아우라는 늘 스크린을 뚫고 나온다. 마치, A+인 시나리오는 A+인 영화가 될 수 있지만, 시나리오가 B+인 영화는 절대 A+인 영화가 될 수 없다던 교수님이 했던 말과 같다. 나는 여전히 이 사실을 믿는다. 내게 있어 영화는 스크린에 걸리는 것만이 아닌, 만들어지는 과정도 포함한다.

 때문에 늘어지는 변명을 들으며 어린애 취급을 받는 그 자리에서도 나는 내 영화의 방식이 틀렸다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너무 순진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단지, 조금 더 낭만적일 수 있는 패기가 있고 젊음이 있기 때문에 나는 그렇게 할 수 있다 생각했다.


  돌아오는 길엔 실망과 더불어 오기를 챙겼다. 물론 실망감이 더욱 커, 며칠간 그 감정이 나를 압도했지만, 불면 사라질 허튼 감정일 뿐. 나에겐 오기가 남았다. 그리고 그분이 챙겨가지 못한 '어른다움'을 주섬주섬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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