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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든 것의 경계선 Sep 09. 2021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오래 전, 너무 바쁜 남자를 만난 적이 있다. 어찌나 바쁘던지 나쁜 남자보다 나쁜 남자가 바로 바쁜 남자라는 그 진리를 뼛속 깊이 깨우치게 해 준 그런 남자를 만났는데 하필 또 그 남자가 나를 덜 사랑했더랬다. 하필 그 남자는 일을 순수하게 사랑한 것이 아니라 일에 그저 치였을 뿐. 

그러니 내가 그 관계에서 결심한 것은 - 바쁜 남자는 사랑을 할 시간이 없으니 애초에 만나지 말자 - 였다.


그래서 그 다음에는 6시에 칼같이 퇴근하여 약속 하나 없이 늘 집으로 향하는 남자를 만났다. 마음에 여유가 있어 나에게 사랑을 듬뿍 주었고 자신의 삶에 대해 이만하면 되었다-라는 소박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며 소소한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안이했고 쉽게 게으름을 피웠고 이 험난한 세상을 재빠르게 헤쳐나가기엔 한 템포가 느려 옆에 있는 나는 늘 답답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내 이상형은 본인이 하고 있는 에 순수하게 몰두하는 사람. 자신이 무슨 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사람. 을 하는 데 목표의식이 있는 사람이었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아서, 일에 대한 자신의 습관이 사랑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었다. 


사랑에 순수하게 몰두하는 사람. 자신이 무슨 사랑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사람. 사랑을 하는데 목표의식이 있는 사람.  


그리고 나를 되돌아보았고 그리고 부끄러워졌다. 나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당당하고 순수하게 일과 사람과 사랑을 대하고 있는가. 내 이상형이 내 앞에 나타난들 그 이상형은 나를 보고 내가 그를 보듯 바라볼까. 그렇게 다시 나를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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