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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머스썸머 Jan 03. 2021

작심삼십일/프로,에필로그

남은 한 달, 뭐라도 '해보고' 싶었다.

머릿속으로 대충 지난 11개월을 돌이켜보니 말그대로 다사다난 했던 것 같기는 한데, 정확히 1월의 나와 12월을 앞둔 나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는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내게 동기부여란 적절한 비용과 통제(감시) 아래에야 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게 된 덕분에 온라인글쓰기 모임을 기웃기웃 하던 중에 브런치의 <작심삼십일>이 눈에 들어왔다. (다 끝나고 쓰는 지금에야 하는 말이지만) 시작할 때는 30일(30개의 글)을 완주할 수 있을지 걱정과 기대가 꼭 반반이었다.


자정에 공개되는 그 날의 주제(이번 한 달의 테마는 '올해의 OOO')에 맞춰 다음 자정 전까지 500자 이상의 내 이야기를 쓰는 일. 매일 잠들기 전 주제를 확인하고는 OOO에 적절한 올해의 장면/기억들을 소환하며 잠들었다. 이어서 출근길, 점심 먹고 양치하는 동안, 오후 커피를 마시면서 내용을 떠올려보고 아이폰 메모 앱에 간략하게 써놓기도 하고. 샤워 후 모든 공식적인(?) 일과가 끝나면 소파 한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메모 앱을 열고 작은 화면에 또각또각 써내려갔다. 

*그간 내게 '글쓰는 여자'의 이미지는 테이블 위 노트북에 촤르르르 타이핑하는 멋진 캐리브래드쇼였는데, 매일 글쓰기의 근육이 붙기 전에는 하얗고 넓은 화면을 마주하기가 왜 그렇게 어려운건지 흑흑. 평소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하듯 아이폰의 다크모드 메모장을 켜두고 웅크리고 앉아야 비로소 글쓰기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느슨하면서도 강한 동기부여 덕분에 다행히 30일의 글쓰기를 완주할 수 있었고, 글쓰기가 아니었다면 잡념/상념 따위에 뺏겨 지금은 흔적도 없을 감정 대신에 서른 편의 결과물이 남았다. 그리고 늘 시작이 어려워 시작조차 못한 이야기들을 '일단 쓰기시작하면' 어떻게든 끝맺을 수 있다는 걸 알게된 점, 백일장포비아에서 벗어난 것에서도 충분한 의의가 있는 시간이었다. 


대가 없이 노동(페이스메이커) 해주신 운영자 두 분께도 다시 한번 감사하는 마음을 여기에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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