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게 아니라면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인생이 유난히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하는 일마다 엎어질 때 내 마음도 엎어지면서 '좌절'이라는 말의 참 의미를 깨닫게 된다.
제안했던 일은 거절당하고, 나를 찾는 사람들도 갑자기 뜸해질 때였다. 오전에는 거절 메일에 좌절하고, 오후에는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불안이 밀려왔다. 지난 몇 년간 자신만만하게 지내던 내게 한꺼번에 찾아온 좌절은 갑작스러웠다. 어느덧 기다렸던 따뜻한 봄이 왔건만 내 마음은 다시 겨울의 한파를 맞은 것 같았다.
거절이란 아무리 당해도 적응되지 않고, 좌절 역시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임을 알았다. 그러나 그런 우울한 감정에만 젖어있으면 현재는 더 불행하고 미래는 더 우울해진다는 걸 알기에 나는 다시 털고 일어서야만 했다.
이럴 때 나는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를 떠올렸다. 기존에 했던 것들은 싹 잊어버리고 '0'에서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차피 별로 가진 것도 없고 더 잃을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처음부터 인생을 다시 산다고 생각해도 크게 손해 볼 건 없었다.
여행자는 크고 가파른 산을 넘어갈 때 익숙하지 않으면 몇 번이고 미끄러진다. 그럴 때 방법은 둘 중 하나다. 포기하거나 다시 시도하거나. 포기할 게 아니라면 마음을 다잡고 몇 번이고 처음부터 시도해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산 너머만 바라보고 넘어가는 사람을 부러워하며 멍하니 주저앉아있는 것 밖에 할 것이 없다.
그러나 여행자에겐 주저앉는 법이란 없다. 잠시 쉬고 나서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인생을 여행하듯 살고 싶은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그래서 마음을 다 잡는다. 오늘은 처음 시작하는 하루라고. 내일 다시 크고 가파른 언덕에 좌절할 지라도 모레엔 '0'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다만 이때 염두에 두는 것이 있다. 다시 시작할 때는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을 모색해서 가는 것이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건 자의든 타의든 문제가 있다는 뜻이니 말이다. 나 혼자 해결 방법을 모를 때는 앞서 그 길을 가본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가이드를 살펴보기도 한다.
사실 말은 이렇게 해도 나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 조금만 힘든 일이 닥쳐도 금세 의기소침해지는 나약한 사람이라서 어떻게 해야 현명하게 살 수 있는지가 늘 궁금하다. 그러나 많은 물건을 비우고 행복을 찾으며 한 가지 분명하게 알게 된 건 때론 과감히 0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감정이나 일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상황이라도 무언가가 나를 짓누를 때는 버리고 다시 시작할 줄도 알아야 한다. 비운다는 건 여전히 내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기회조차 없다는 것 정도는 너무 당연한 사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