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책을 찾아서 Project 26
누구에게나 '언젠가 읽어야지.....' 하고 책장에 꽂아두고는 세월을 같이 먹어가는 그런 책 한 권쯤은 있을 것이다. 그러다 그 '언젠간' 조차도 효력을 다하면 슬그머니 중고 책방으로 내몰리거나 아니면 재활용 더미에 섞여 활용을 달리하게 되는 그런 책. 그 목전에서 구사일생한 책과의 인연을 소개한다.
책과 나의 인연
책에 담긴 이야기
"우리 가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악마밖에 모를 거야."
"왜, 무슨 일이 있었는데?"
남편이 물었다.
그러자 다섯 살짜리 아들이 바로 반박하며 훈계하듯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방금 악마밖에 모른다고 했잖아. 엄마가 악마야? 엄마가 어떻게 알아!"
어른들은 비유와 은유로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사물로 구성된 세계 속에서 파악한 사물에 따라 생각한다. 어린아이들은 사물의 이미지에 맞추어 생각하기 때문에 상징으로 표현하면 강하게 반발하는 것이다.
P26
누가 '정신을 잃었다'는 말을 듣고 아이는 눈을 끔벅거리며 물었다.
"그럼 정신을 어떻게 찾았어?"
P28
큰아이가 만 3살 중반쯤 되었을 무렵 아이가 좋아하는 선생님에 대해
"그 선생님 어떤 점이 좋아?"
하고 물었다.
아이는 나의 물음에
"엥? 그 선생님이 점이 있어요? 어디예요?" 하고 놀란 눈을 하고 되물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빵! 터져서는 한참을 웃었다.
둘째가 만 4살 때 다리를 주물러 주는 아이에게 시원하다고 했더니 자기도 나중에 해달라고 했다. 아이의 요청에 따라 자리를 바꾸어 주물러 주었더니 아이가 묻는다.
"엄마! 이게 뭐가 시원해요? 나는 아직 더운데?"
<블로그 기록들 중에서>
두 살 무렵부터 모든 아이들은 잠시 동안 언어의 천재가 되는 것 같다. 그러다가 대여섯 살쯤 되면 이 재능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여덟 살짜리 아이들에게서는 이렇게 언어적 창의성이 드러나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더 이상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략).... 아이가 단어를 만들어 내고 구성하는 능력을 잃지만 않는다면 열 살만 되어도 어떤 어른도 따라가지 못할 만큼 탁월하고 유연하게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P20
이 책을 다시 펼친 의미
레프 톨스토이가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쓴 유려한 문장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으리라고 생각한다.
"지금 나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전부 그때 얻은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시기에 너무나 많은 것을 빨리 익혀서 그 뒤의 삶에서 얻은 것은 그 백분의 일도 되지 않는다. 지금 나와 다섯 살 때 나 사이의 거리는 한 걸음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갓난아기 때부터 다섯 살 때까지의 거리는 그야말로 엄청나다."
P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