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리정민 Jun 30. 2021

신발이 마중 나온 이유

나를 키우는 육아

'이게 왜 여기 나와있지?'


아이들 등원과 등교로 바쁜 아침을 마무리하고 마치고 혼자만의 아침 산책 후 집에 들어서는데 아이의 여름 신발이 현관에 놓여있습니다.



'아침에 신으려다 다른 걸 신고 나간 건가?' 하고 제자리에 정리해 놓으려는데 문득 아침에 아이와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엄마, 있다가 OO이랑 공원에서 놀 수 있으면 나 크록스 신발 가지고 나와주세요."


"어, 엄마가 혹시 잊어버릴지도 모르니까 문 앞에 내다 놓아줘~"


신발을 챙겨달라는 아이의 부탁에 행여나 잊을까 이야기해놓았는데

아이는 그 말을 잊지 않고 신발을 꺼내 놓았습니다.


아이에게 말해놓지 않았더라면, 아이가 챙겨놓지 않았더라면, 아차차 하며 미안해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나간 문을 바라보며 출동을 기다리고 있는 슬리퍼를 보니 환한 웃음으로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하던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매일의 중요한 일과인 친구와의 공원 놀이를 기다렸을 텐데, 세차게 내리는 비에 실망하지 않을는지 모르겠습니다.


동남아 마냥 비가 쏟아졌다 금세 그치기도 하니 아이가 올 무렵에는 또 개지 않을지 기대해봅니다.


만약 비가 계속 내리면 신발 대신 내가 화알짝 웃으며 마중해야겠습니다.

공원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서 놀 때를 대비해 아이가 좋아하는 체스도 잘 준비해 놓고 유치원에서 돌아올 아이를 설렘으로 기다립니다.



내 등에 올라타서 "참 따뜻해"하고 스르르 잠이 들고

"엄마랑 같이 있으면 참 재미있어" 하고 까르르 웃어 보이던 오늘 아침 아이의 미소가 그립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빨래는 망쳤지만 마음은 구한 걸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