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성장기 - 아이와의 거리가 필요합니다!
집에서 아이들을 케어하며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2개월째. 출근과 재택을 병행해서 일하는 중이다. 하루의 대부분을 아이들과 함께 하다 출근하는 날은 2시간 겨우 같이 있을까 말까 한 극적으로 변화된 일상을 살고 있다. 아이들이 채 깨기도 전인 어스름한 새벽에 집을 나와 저녁 먹고 난 후에 집에 도착해서 잠들기 전까지 대략 한 두 시간 같이 보내는 게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의 전부이다.
함께하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으로 집에서 근무하는 날이나 주말이면 아이들을 좀 더 살뜰히 챙기고 같이 노는 시간도 많이 가져야지 다짐하게 된다. 막상 종일 집에 있다 보면 현실은 생각과 따로 논다. 아이들과 종일 부대끼며 보내다 보면 느는 것은 잔소리요, 나는 또 집안일이며 내 일을 하느라 바쁘다. 오히려 출근하고 돌아온 날 아이들에게 집중해서 더 즐겁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
극명하게 대비되는 일상 속에서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의 온도차를 느끼며, 일 시작하기를 다행이다 생각했다. 일 안 하고 아이와 계속 같이이었으면 참 많이 부딪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아이가 자라면서 각자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질보다 '양'이 우선시 되는 때?
대개 아이 3살 때까지는 엄마가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아이를 파악하고 엄마로서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도 어느 정도 물리적인 시간은 필요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기도 하다. 기왕에 그 시간을 채워야 한다면 가늘고 길게 이어가기 보다, 아이가 엄마를 가장 필요로 하는 때, 가장 효율이 높은 영유아기 시절에 그 시간을 채우는 것이 서로에게 득이라 생각한다.
이 시간 동안 정서적 유대를 잘 맺어놓으면 이후 아이는 아이대로 독립하기 쉽고, 엄마는 엄마 대로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일을 해나가기도 수월하다.
(물론 무조건 양을 채우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이론적 근거가 있다 하더라도 개인의 성향이나 상황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로 정리해 보려 한다.)
아이가 자랄수록 양보다 질로!
그간 아이들 마음 챙기며 보낸 시간의 노력 덕분인지 갑자기 취직한 상황에서도 다행히 아이들이 불안해하거나 힘들어하는 기색은 없었다. 올해 8살이 되는 작은 아이의 경우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가 없는 날들을 좀 아쉬워하긴 했지만, 변화된 상황에 대체로 잘 적응해서 지내고 있다.
출근하는 날은 부재의 시간을 메꾸기 위해 집에 돌아오면 온전히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쌓인 설거지며 정리해야 할 집안일들이 있지만, 눈을 딱 감는다. 아이들 공부를 봐주고 싶을 때도 있지만 무엇보다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우선으로 하려 노력 중이다. 그 시간 덕분인지 함께 보내는 시간이 현저히 줄었지만 큰아이는 같이 있을 때보다 훨씬 부드럽고 편안해진 느낌이다.
반면 종일 집에 있으며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날은, 눈에 걸리는 것들에 대해 잔소리하게 되고 이래라저래라 지시하는 일들이 많아진다. 불편한 감정이 쌓여 오히려 아이와 좋은 감정으로 교류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같이 보내는 시간이 길면 더 잘 해줄 것 같은 것은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이상이었다. 아이와 전처럼 붙어 있으면서 아이의 10대를 함께 보내게 되었다면 아이를 잡았겠구나 싶었다.
아이는 커갈수록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간다.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고 자기 뜻대로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이 점점 많아진다.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서로의 뜻이 부딪히면 잔소리가 나오고, 듣는 아이뿐만 아니라 하는 나도 감정이 상하게 된다. 이럴 바에 짧고 굵게 잘 지내는 편이 훨씬 낫겠다 싶다.
아이가 클수록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각자의 시간을 존중하며 함께 하는 시간 질적으로 잘 채워가는 지혜가 요구된다. 아이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독립시키지 못하면 아이는 아이대로 독립하지 못하고 엄마는 엄마대로 아이에게 메여 힘들어진다.
위 그림처럼 아이가 자라면서 교집합의 시간이 줄어들고 각자의 시간, 각자의 독립된 삶을 향해 걸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시간이 역행하면 서로 힘들다. 아이가 어릴 때는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는 양육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아이가 커가면서 동반자로 성장해 갈 수 있어야 한다.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아쉬워 말고, 따로 또 같이 잘 살기 위해서 주어진 시간에 충실히, 양보다 질을 챙기며 가야겠다 다짐해 본다. 하루 한 시간이라도 엄마의 정을 담뿍 느낄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 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