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의 마음을 내려놓고 평안해지기
2023년 12/20~31일까지 담마코리아에서 운영하는 위빳사나 코스에 참여하고 왔습니다.
위빳사나는 종교와 관련 없이 자연의 법칙에 근거한 명상을 가르칩니다.
명상센터에서 얻은 일상의 깨달음과 명상을 통해 배운 것들을 글로 기록해 봅니다.
명상센터 입소 날.
열흘이 넘는 기간의 부재를 메우느라 새벽부터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업무를 정리하고, 아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포장해 놓고
없는 동안 먹을 음식들도 장만하느라 계획했던 시각보다 좀 늦게 출발하게 되었어요.
주유를 위해 휴게소에 잠깐 드른 것을 제외하고는 4시간가량을 쉬지 않고 운전했습니다.
오후 2~4시 사이 접수가 진행된다고 안내를 받았는데 결국 5시가 다 되어 도착했어요.
도착해서도 머릿속에 남은 일들을 정리하느라 들어가지 못하고 한참을 차에 있었습니다.
이웃님들께 전하는 마지막 인사도 그때 얼른 올렸어요.
아이들과 짧은 인사를 나누고 급한 연락들을 한 후
이제 그만 속세와의 인연을 놓아야 할 때가 왔음을 알았습니다.
짐을 챙겨 사무실에 가 참가 접수를 시작했습니다.
가지고 있던 전자기기들을 포함해
책, 필기도구 등 명상에 방해될 물품들을 모두 제출한 후
방과 식사 테이블 번호 안내를 받았습니다.
짐을 가지고 방을 찾으러 가는데
미리 검색했을 때 보았던 새로 지은 숙소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숙소를 따라 방 번호를 찾아가고 있는데 제 방 번호는 영 보이지 않았어요.
지나가던 분께 혹시 방의 위치를 아시는지 물었습니다.
(코스가 시작되면 침묵 규율이 적용되는데 이때는 아직 규율이 시작되기 전이었습니다.)
"이쪽 가운데쯤에 있을 거예요."
그분은 제가 둘러보던 깔끔한 이층 건물 옆에 위치한
단층짜리 일직선 건물을 가리키며 말씀하셨죠.
갑자기 스산한 기운이 몰려왔습니다.
'응? 여기? 여기라고? 저 깔끔한 이 층짜리 숙소가 아니라?'
새로 지은 숙소는 단단한 벽돌 건물에 두껍고 깔끔한 창호로
쾌적하고 따스해 보였습니다.
에어 비엔비에 올라올 법한 숙소 느낌이랄까요?
그에 반해 지나가던 분이 알려주신 건물은
중고등학교 시절 수학여행에서 사용한 듯한 수련회 숙소 느낌이었습니다.
일단 건물 안으로 들어가 방을 찾았습니다.
방문을 여는 순간.
저의 불안감은 실망감으로 바뀌었습니다.
방에는 낮은 침대와 행어 낡은 선반과 탁상형 수납장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바닥은 차고 방 전체에 썰렁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다른 참가 후기에서 보았던 딱 고시원 느낌이라는 방.
거기가 여기구나 싶었죠.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몸은 제 방에 있는데 마음은 계속 신 숙소를 향하고 있었죠.
신숙소 앞을 지나며 흘깃흘깃 안쪽을 살폈습니다.
깔끔하게 내려진 블라인드 안쪽 공간은 어떻게 꾸며져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신숙소는 어떤 사람들이 쓰는 거지?
방음도 잘 되고 따뜻하겠다.'
창문 사이로 보이는 가구와 겉으로 보이는 창문 크기에
방이 어떻게 생겼겠다 혼자 짐작하며
누가 문이라도 열고 나올라 치면 곁눈질로 열심히 방을 살폈습니다.
신 숙소 앞을 오가다 제 방으로 돌아오면 낡은 가구와 썰렁한 공기가 저를 맞았습니다.
'신숙소에서 머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에 한동안 사로잡혀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러다 깨달았습니다.
이것이 제가 버려야 마음이라는 것을요.
당신이 1초 만에 불행해지는 방법은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이다.
위의 글귀처럼 제가 가지지 못한 것, 지금 가질 수 없는 것을 아쉬워하고
끊임없이 비교하며 지금을 망치고 있었습니다.
아니라고 하지만, 안 하려고 하지만
수시로 올라오는 비교와 시기와 질투로
그간 얼마나 내 마음을 힘들게 해왔던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려놓아야 할 첫 번째 마음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결국 나를 괴롭히는 것은 내 마음이라는 것
그 마음을 알아차리고 내려놓을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명상센터에서의 첫날밤을 그렇게 보냈습니다.
* 신숙소는 한 번 이상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 있는 구수련생을 우선으로 배정합니다.
다음에 또 오면 신숙소에 묵는 경험을 할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좋았습니다.
남들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며 내 처지를 비관하는 건 버려야 할 마음이지만
남들이 가진 것을 나도 갖고 싶을 때, 그 방법을 알고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성장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다음에 또 가게 되면 신숙소에 잘 수 있다는 것도 좋지만 구숙소에서 자게 되더라도 있는 그대로 또 좋을 것 같습니다. ^^
* 방이 불편했던 이유, 정이 들고 좋아진 비하인드는 다른 글에서 또 나눠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