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 방귀 뀌는 마을버스
아침을 잔뜩 먹고 짐을 챙겨서 시원한 곳으로 가려고 집을 나섰는데, 어디선가 뽕뽕뽕뽕 경적소리가 들린다.
뽕뽕뽕뽕 경적소리는 연두색 꼬꼬마 마을버스한테 나오는 소리인데,
마치 걸어가면서 잔 방귀를 뀌듯이 계속 뽕뽕뽕뽕.
고장이 났나 싶어서 그 마을버스를 봤더니 마침 기사님 얼굴이 스치는 타이밍이다.
부드런 인상의 하얀 머리 마을버스 기사님은 얼굴 한가득 장난기 있는 미소를 띠고 있다.
그러고 보니 마을버스 앞에
헐레벌떡 뛰어가는 아주머니.
울 엄마뻘 되시는 아주머니께서 비탈길을 쿵쿵쿵쿵 뛰어 내려가신다.
아이고 이 더운데, 저렇게 쿵쿵쿵쿵 저렇게 뛰다가 넘어지실 것만 같다.
뽕뽕뽕뽕
버스는 계속 방귀를 뀌면서 아주머니를 따라가고,
아주머니는 버스를 놓칠세라 더 빨리 뛰고.
뽕뽕뽕뽕
뽕뽕뽕뽕
마침내 아주머니가 일부러 늦게 달리는 버스를 알아봤다.
아직 버스정류장 전인데, 아주머니 바로 앞에 차를 살짝 멈추고 문을 열어준다.
아주머니가 아주 활짝 웃으신다.
아, 아주머니 타시고 버스 안에는 와하하하 웃음소리로 가득하지 않았을까.
살면서 이런 건 또 처음 봤네. 아슬아슬하게 버스 쫓아가도 매몰차게 문 안 열어주는 버스기사님들은 많이 봤어도.
까먹을까 봐, 얼른 적는
까먹기 싫은 오늘의 아침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