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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희 Sep 09. 2023

육아와 병행 중입니다.

애둘맘의 꿈도전기 3

 

처음에는 소설이 쓰고 싶었다.

기욤뮈소 작 [브로콜린 의 소녀]를 읽고 적잖이 충격이었다.

독자를 순식간에 사로잡는 흡입력.

그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전개와 문장 구사력.


와. 미쳤다.


다 읽은 후 내뱉은 한마디였다.

첫 장을 펼쳤을 때부터 마지막장을 덮었을 때의 그 호흡을 잊지 못한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글이 진행되는 긴장감을 놓칠 수 없었다.

책 속에 있던 캐릭터들이 살아서 움직였다.

그저 신기했다.

그리고 드는 생각은 [나도 써보고 싶다!]였다.


이 미친듯한 호흡을 나도 이루어 내보고 싶었다.

그렇게 나의 소설이 시작되었다.

워킹맘이었던 당시에 작법서 읽는 시간을 내는 것도 힘이 들었다.

시간이 많지 않다 보니,

왜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가득했다.

거슬러 올라가 임신 전부터 아니 결혼 전에 독학이라도 시작해 볼걸이라는 아쉬움도 같이 남았다.

처음 글쓰기로 마음먹었을 때에는 매일 흐지부지 지나갔다.


확실히 아이를 케어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나만의 시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렇게 나의 꿈은 핑계에 묻혀가고 있었다.

아이가 두 돌이 다 되어 어린이집을 가게 되었고, 육아도 한 층 수월해지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생겨났다.

허투루 보낸 시간들을 아쉬워하기보다 앞으로의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잠을 줄이기 시작했다.

잠을 줄여가며 작법서를 읽었다. 책의 내용대로 구조를 짜고 퍼즐 맞추듯 나만의 스토리를 하나씩 맞추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단편하나 쓰는 것도 힘들었다.

작법서의 내용은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지 못했다.

성격상 이해하지 못하면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못했기 때문에 진도가 더뎠다.

그래도 글쓰기가 나의 일상이 되었다.


예전엔 그대로 흘려보냈을 주위 사람들의 대화내용.

사람들의 옷차림. 생김새 등을 묘사한 짤막한 한 줄이 쌓이기 시작했다.

풍경사진을 찍어도 항상 그때의 감정을 적는 연습을 했다.


한 번은 채칼에 손을 크게 베여 응급실을 간 적이 있었다.

의사의 진료 내용이 너무나 정확한 딕션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난 또 그걸 기억해 냈다가 나의 자료집에 한 줄로 넣었다.

언제 간 써먹을 것이다. 분명히.


이러한 나의 노력에도 나의 글은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내 꿈을 위한 도전이지만 내 딸아이에게는 자랑이 되었다.

출간 작하나 없지만 딸에겐 엄마는 이미 작가였다.

지망생인 입장에선 부끄럽지만 엄마인 나를 자랑스러워한다는 것 자체가 힘이 된다.


지금은 집안일과 육아를 적절히 분배해 작업하는 노하우도 생겨났다.

엄마가 무언가를 위해 도전을 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상당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렇게 난 내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겨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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