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란, 남편을 버려야 내가 산다."
"절대적 신뢰 그 요원한 소망"
... 그들이 연인이나 친구로부터 바라는 것은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어떤 모습이어도 나를 저버리지 않는' 절대적인 신뢰입니다. 아이가 부모로부터 안전함과 절대적 자아를 보호받기를 원하는 것처럼요. 아이와의 관계를 그래야 합니다. 하지만 성인이 된 관계 안에서의 신뢰는 서로의 나약함을 허용하는 태도입니다.
...(중략).. 결코 서로에게 온전히 채울 수 없는 구멍을 안은 채로 함께 가는 것이 진짜 신뢰가 아닐까요? 우리는 참으로 구멍투성이의 나약한 인간들이니까요. -박우란, 남편을 버려야 내가 산다. 유노라이프 펴냄"
어릴 적 꿈꾸던 사랑과 우정은 드라마 속에 보던 그것과 비슷하였다.
내가 필요할 때면 언제나 즉시 내게 달려오고(이럴 때, 드라마 속의 그들은 꼭, '당장 급한 굉장히 중요한 일들'을 포기하고 달려온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나의 힘듦을 알고,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나의 바램을 채워주는 이미지상. 그것이 사랑이고, 우정이라고 생각하였다.
40대 중반을 지나는 지금,
내가 필요할 때, 배우자와 남편이 '당장 급한 중요한 일들'을 우선 해결하고 나에게 오기를 바란다(물론 위급 상황은 제외다). 아마 그들 역시 그럴 것이다. 우리에게는 서로가 급한 일들을 해결하고 올 때까지 스스로를 달랠 수 있는 힘이 있고, 또 서로에게 '걱정되는 마음을 달래며 급한 일들을 해낼 책임감'이 있기를 바란다.
힘들 때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고' 그들에게 나의 힘듦을 털어놓을 것이고, 그들은 그 얘기를 듣고 위로해줄 것이다. 그들에게 바램이 생길 때, '꼭 말을 해야만 아느냐며 비난하지 않고' 그들에게 바램을 털어놓을 것이고, 그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그 바램을 들어줄 것이다. 나 역시 그들에게 그럴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이 진정한 사랑이요, 우정이며, 너무나도 귀하고, 소중하고 감사한 관계인지를 안다.
이것을 알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이를 알게 되었을 때, 비로소 나는, 어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