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MT 여행기 05] ROT: '썩을 놈'은 칭찬이다
지난 이야기
쓰레기를 최소화하며 제로웨이스트 MT는 무난히 성공! EOTD팀은 뿌듯함을 느꼈지만, 과연 끝없는 설거지를 해야만 했던 고객들은 어떻게 느꼈을까? EOTD팀은 이들에게 손절당하는 건 아닐까?
MT나 워크숍에서는 항상 큼지막한 비닐봉투 하나가 늘 쓰레기를 품고 한 켠에 앉아있었고, 가득 찬 쓰레기통이나 종량제봉투 더미가 행사 마무리 후 보이는 풍경이었는데, 이번처럼 쓰레기 처리장이 스산해보이는 여행은 오랜만이었다. 펜션 관리인 선생님께 이런 투숙객이 있었느냐고, 우리가 왔다 간 것도 모를 것 같지 않냐며 한껏 자랑하고 싶었다.
<나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했다>의 저자이자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 실천가인 비 존슨은 제로웨이스트의 핵심 5가지를 Refuse, Reduce, Reuse, Recycle, Rot으로 꼽았다. 그중 마지막은 Rot, 썩히는 과정으로 퇴비화하는 것이다.
쓰레기의 가장 큰 문제는 다시 쓸 수 없는 상태로 꽤 오랜 시간 잔존한다는 것이다. 분해되거나 소각되며 환경과 인체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기도 하고, 미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열약한 환경을 조성한다. 당장 눈에 보기 싫으니 땅에 묻지만, 쓰레기가 썩는 데 걸리는 시간은 웬만한 인간 수명을 초월한다. 다양한 연구결과들이 있지만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에서 제시한 생활쓰레기 분해 기간은 다음과 같다.
평균 인간 수명을 고려할 때, 내가 10살 때 먹었던 과자 봉지는 내가 죽을 때쯤에야 이 땅에서 없어지는 것이다. 소울메이트도 아니고 이게 뭐람. 플라스틱 병은 나 대신 내 증손주의 증손주까지 볼 수 있다. 플라스틱이 아니라고 해서 크게 다르진 않다. 종이류도 종류에 따라서 내 생각보다는 꽤나 오래(6개월~2년) 버틴다. 어쨌든 내가 죽을 때에도 나의 쓰레기들은 대부분 어제 버린 듯 쌩쌩하게 살아있을 것이다.
나의 어릴 적 기저귀가 지금도 제 모습을 갖추어 어딘가 묻혀있을 것을 생각만 해도 끔찍한데, 그것을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을까? 아니, 왜 나는 그것을 여태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것일까? 이번 제로웨이스트 MT가 참여자들에게,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그걸 생각해보게 했다면 좋겠다.
EOTD팀은 사실 아무 인명피해(?) 없이 서울로 돌아온 것만으로도 큰 성공이라 생각했다(욕심이 별로 없는 편). 하지만 MT에 참여한 소중한 우리 고객들의 의견이 궁금했다. 과연 제로웨이스트 MT는 의미가 있는 생고생이었을까? 답은 참여자들의 후기로 대신한다.
여태까지의 여행은 늘 그 지역에 쓰레기를 남발했던 여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에 앞으로의 여행은 뭐든 정량만, 그리고 쓰레기는 최소한으로만 만들고자 한다. 또한, 일상생활에서도 그동안 귀찮아서 실행하지 못한 손수건 쓰기를 도입하려 한다. 핸드 티슈가 사무실 화장실 내에 항상 비치되어 있으니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음에도 편리함에 계속 썼다. 이번 여행을 기점으로 생각만 했던 것을 빨리 실행에 옮기고자 한다.
엊저녁 친구에게 줄 선물을 꺼냈다가 포장을 하는 대신 제가 받았던 선물 포장에서 떼두었던 리본끈을 묶는 것으로 포장을 대신했습니다. 작지만 내가 직접 해나갈 수 있는 부분들을 해보고, 그걸 상대방한테 전하는 일도 의미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이번 MT를 통해 하게 되었습니다.
장을 볼 때 다회용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나로서는 굉장히 신선하고 의미 깊은 시간이었다. 장을 볼 때 다회용기를 챙겨가고 후에 처리하는 것이 굉장히 번거로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EOTD 분들과 함께 '제로웨이스트 요리'를 경험해보니 내 일상에도 충분히 가져올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신 독자들과 참여해주신 세 분의 고객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며, EOTD팀은 친환경을 즐겁게 체험하는 새로운 실험으로 또 찾아올 것이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