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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u Aug 14. 2023

말랑말랑 고양이 세라피

마음이 결리다면 고양이 세라피!

     세상에 이렇게 사랑스러운 생명체가 있을 수 있을까? 몽글몽글하고 보드라운 털로 뒤덮여 우아하게 나의 손가락을 핥는 따뜻한 생명체!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거 같던 나의 동공은 순식간에 풀리며 정신이 녹아버렸다. 핸드폰 안 SNS에서 살고 있던 이 아름다운 생명체를 갖고야 말겠다고 결심하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단 한 번도 이렇게 가까이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고, 생명에 대한 책임감에 꿈조차 꿔본 적이 없던 일이었다. 그러다 한계가 와버렸다. 저 말랑거리고 사랑스럽고 우아한 고양이를 옆에 품고 푸르릉 거리는 애정의 소리를 듣고 싶었다. 불타는 의지가 나의 이성을 완전히 뭉게 버렸다.


     곰아저씨(남편)에게 고양이를 키워야겠다고 통보를 하고 폭풍 같은 시간들이 흘렀다. 그리고 나는 나의 사랑스러운 고양이, 얄리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어쩌다 보니 얄리는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왔고, LA 공항에서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진한 똥 냄새를 잊을 수가 없다. 삐약삐약 거리던 작은 고양이를 씻기다 긁혀 피가 나도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뒤뚱뒤뚱 걸어와 커다란 눈을 끔뻑이며 내 손에 얼굴을 비벼대니 어찌 아니 그럴 수가 있을까?




     오자마자 감기에 걸리고 설사를 해 응급실을 세 번이나 다녀왔다. 내가 그랬듯 이민은 얄리에게도 힘든 것이었나 보다. 큰 개를 키우고 싶어 하며 뜨뜻미지근했던 곰아저씨는 얄리를 안아 든 순간에 언제 그랬냐는 듯 바로 마법에 걸려버렸다. 커다란 눈에 그냥 홀려버렸다. 진즉에 그럴 줄 알았다.



     개월수에 비해 작고 말랐다는 수의사의 말에 인간 엄빠의 치맛바람은 거셌다. 최고로 좋은 것만 골라 열심히 수발을 들었다. 밤이면 침대로 올라와 막 쪄낸 인절미마냥 따끈하게 함께 잠도 잤다. 새벽이면 나의 머리에 꾹꾹이도 했다. 밤늦게까지 나의 곁을 지키며 졸기도 하고, 내가 볼일을 볼 때면 나의 발에 머리를 기대고 잠이 들기도 했다. 미모에 의리까지 갖추었으니 서방보다 낫다.



     아침이면 함께 텃밭에 나간다. 이슬이 아직 가시지도 않은 토마토를 따먹으며 발치에서 배를 보이며 애교를 부리는 얄리와 함께하는 시간들이 가장 행복하다. 가끔 곰아저씨와 나는 얄리가 없던 시간들을 이야기하곤 한다. 그 시간들은 아주 까마득하며 마치 흑백 티브이 속의 가물거리는 드라마처럼 의미가 없게 느껴진다. 저 튼실하고 뽀송뽀송한 궁뎅이를 보고 있노라니 감히 얄리가 없는 시간들을 상상하기가 힘들다.



     우리는 얄리 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얄리의 이야기로 하루를 마감한다. 내가 일을 간 사이 얄리가 똥을 몇 번을 쌌는지, 아님 곰아저씨 가슴에 올라와 잠이 들어 그대로 회사 미팅을 했다는 등의 이야기로 하루를 보낸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의 다리에 몸을 부비며 지나간다.


     나의 고양이. 내 새끼. 우리 아기! 나는 지금 가장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제 당신도 나와 함께 오묘하고 아름다운 고양이의 세계로 떠나보자. 후회하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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