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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의 예술가 육코치 Mar 05. 2024

빛과 어둠의 상호작용

괴테의 채색론에 기대어


현실이네 2층 계단을 오르다가 빛이 비쳐든 장면이 정말 사랑스러워서 한컷 남겼습니다. 소이캔들에 박힌 꽃잎들이 빛 덕분에 더 생생히 살아났어요. 빛과 그림자가 서로 상호작용하며 드러내며 연출하는 분위기라니ᆢ오늘처럼 바깥이 희끄무레한 날이면 더더욱 생생히 다가오는 그리움이지요. 정물화를 그리는 이들의 마음도 느껴집니다.



'색채는 빛과 어둠이라는 양극성 사이에 존재하는 현상이다.' 라고 정의하고 인문학적, 문화심리학적 색채론을 펼친 이가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작가 괴테의 이야기지요. 괴테는 자신어 색채론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서 뉴턴의 광학론을 비웃으며 자신만이 유일하게 제대로 인식하는 사람이라고 핏대를 세웠습니다. 심지어는 작가라는 호칭보다 '색채론자'로 불리길 원했습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저작할 때도 의도적으로 주인공 베르테르에게 푸른 연미복,노란 조끼, 노란 가죽바지를 입혀 캐릭터를 분명하게 합니다. 한동한 베르테르복장이 젊은이들에게 유행되었습니다. '베르테르 효과'의 현상으로 베르테르복장을 입지 못하도록 금지령까지 내려지기도 합니다.



- 사진 출처 : 김정운의 <창조적 시선> 중에서




괴테는 기본색 중 빨강은 '아름다운', 주황은 '고귀한', 노랑은 '좋은', 녹색은 '유용한',  파랑을 '세속적인', 보라는 '불필요한'이라는 형용사를 부여합니다. 그렇다면 베르테르에게 입힌 파랑과 노랑의 의미는 뭘까요?한창 이상을 좇아 방황하고 있는 베르테르에게 세속적인 게 좋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걸까요?

 


이성적이고 차가운 파랑과 감성 그득한 노랑의 따듯함을 대비시켜 청춘의 극적대비 혹은 모순을 배치한 것일까요? 아무튼 괴테는 인식하는 주체인 나와 빛의 상호작용으로 드러나는 마음상태를 색채론으로 규명하고 싶었나봅니다. 색채마다 성질을 부여한 의미나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빛과 상호작용한 자신의 경험으로 '색채이야기'를 창조했습니다.



전 어려서부터 그림, 사진전을 보러 많이 다녔지요. 가만 생각하니 빛의 변주, 창작자들이 포착한 '시선'이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빛이 창을 투과해 그림자를 만들고 형상을 드러내는 일에 종종 마음이 빼앗깁니다. 길을 걷다가도 문득 빛이 스며드는 장면 앞에서 종종 걸음이 멈춰지거든요. 건물 계단에 서리는 빛과 사물의 그림자같은 거.



괴테가 색에 혼이 빼앗기고 마음이 머문 이유를 어렴풋 느낄 듯하네요. 괴테를 사로잡은 색채. 특히 자연광과 상호작용하며 포착하는  장면은 조용한 감탄을 자아냅니다. 한동안 산을 다닌 이유도 산문에 들어서면 숲 사이사이 만나는 빛과 잎새들의 연주가 황홀했기 때문이죠. 몸을 뒤집을 때마다 음영을 달리하던 빛의 찬연함.



빛으로 가득한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이 있음에 감사합니다. 볼 수 없어 상호작용할 수 없다면? 어두운 장막 안에서 이 모든 걸 상상만으로 그려내야 한다면? 알록달록 달콤한 알 초콜릿의 황홀함을 즐기지 못한다면 정말 슬플 거에요. 괴테가 지정한 기본 6색 불투명 스타킹을 과감히 신고 쏘다니던 시간도 소환됩니다.



씩 웃음짓는 수상한 봄날. 누구랑 어떤 상호작용을 하며 자신의 역사를 써가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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