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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의 예술가 육코치 Apr 04. 2024

쓰는 존재의 <의미의 발명>

김병수 에세이 <의미의 발명>을 읽고


새벽 루틴 글쓰기 그룹코칭에서 자신이 쓰고 싶은 책의 주제를 잡아가기로 했다. 대주제, 중주제, 소주제, 하나하나 좁혀가니 막연했던 일이 실감으로 다가온단다. 한 분의 전체적 컨셉이 에세이 혹은 자기계발류에 가깝다.  그분이 에세이류 책으로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의미의 발명>책 링크를 보내드렸다.




저자 김병수님은 아는 분 맞다. 함께 글쓰기반에서 일정 기간 동문수학한 적이 있다. 그런 인연이라서 추천했을까? No No No. 그 정도 의리 지키자고? 이 책은 그때 지도받던 원칙들을 충실히 지킨다. 문장이 간결하면서도 내용이 실하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수려하다. MZ세대도 읽기 편하고 자연스럽다. 표지 디자인이 책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물론 그때도 그는 글을 참 잘썼다. 현장에서, 또 과제물로도 그의 글은 단연 돋보였다. 어쩜 이리 소리없이 사람을 무장해제시키고, 어쩜 저리 잔잔하게 마음을 흔드는지. 과연 그때 느끼던 감동이 곳곳에서 고유의 향으로 번진다. 술술 읽는데 흐뭇해서 머물고, 아련해서 멈춘다. '은근하고 다정하다' 저절로 웅얼댄다. 과연, 부제가 그러하다.


글만 대하자면 순하디 순한 여성이 저자일 거라 짐작하기 쉽다. 소란스럽지 않고, 요란을 떨지 않으나 힘이 느껴지는 그 무엇을 나는 '가만한 힘'이라 명명한다. 그의 눈길이 닿는 물건, 사건이랄 수는 없는 일상, 손 뻗어 바로 닿는 사람들, 섬세하게 관찰하고 자상하게 돌보고 있는 느낌. 그의 시선에 포착되면 모든 존재가 저마다의 빛이 된다.


순순해진 나는 그가 이끄는대로 일상에 스며들었다.그가 전하는 '사랑 운전을 잘하는 다섯 가지 팁'. 아주 신박하다. 첫째,가까운 신호를 잘 챙길 것. 가까운 가족,친구,연인이 보내는 신호에 민감해야겠죠? 둘째,유턴을 할 때는 핸들을 최대한 꺾으라. 인연이 아니다 싶은 사람과는? 셋째, 과속방지턱은 조심하라고 있어요. 속도를 줄여야하는 순간도 있는 거죠.


넷째, 비상등은 아무리 깜빡여도 괜찮아요. 힘든 일이니까 감추지 말고 사랑하는 이가 알아채리도록 표현해야겠죠? 다섯째, 옆자리 앉은 사람 말을 들으세요. 운전석 옆자리는 조수석이 아니라 동반자석이에요. 서로 같은 방향을 보며 앉아 있던 사람이 먼저 차에서 내릴 수도 있으니ᆢ요 꿀팁만 잘 지켜도 사랑꾼으로 등극하게 되는 걸까?



어제 온 하루를 <의미의 발명>과 함께 보냈다.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만난 후배에게 즉석에서 느끼게 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만의 순수를 맛보여주고팠다. 겉표지에 있던 과즙 풍부한 복숭아를 한 입 가득 물게 해주고팠다. '오', '와' 이내 빠져들어 글을 읽고 있는 후배가 더없이 사랑스러워뵌다. '라이언'이란 필명으로 활약했던 저자에게 전해주고 싶은 장면.


'시간은 좀처럼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 비는 시간은 일정을 주물럭거려서 그 공간을 어찌어찌 만들어 내야 가능하다. 시간은 저절로 '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위해 '내는' 것이다.' -147쪽


시간을 내길 참 잘했다. 애써 나를 위해 시간을 내고, 책을 읽기 위해 시간을 내고, 후배를 만나자고 시간을 냈다. 타인의 시선과 사유에 빗대 다시 나를 만나는 일. 그는 코치도 아닌데 온통 삶의 통찰로 그득한 언어를 사용한다. 수줍은 듯 비껴서서 삶을 관찰하고 비추고 자신의 말을 슬쩍 내려둔다. 다시 골목 어귀 전봇대에 숨어 서서 가만가만 빛을 발명한다.


한국형 어린 왕자가 다녀갔음에 틀림없다. 하 수상한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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