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실망하지마. 어제는 오늘이 됐지만, 오늘은 내일이 될테니까..
1교시 시작 전 조회 대신 아이들 손을 잡고 선선한 바람이 초록 향기를 싣고 찰랑거리는 운동장 옆 화단으로 산책을 나갔다.
매일 지나다니며 보던 꽃과 나무와 풀들을 마치 처음 보는 듯이 감탄하고 신기해하고 예뻐하며..새롭게 바라보고 발견한다.
멈춰서서, 애정을 가지고, 보려고 노력해야만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을 아이들은 이제 보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조금씩 바라보는 힘의 체력을 키워가고 있다.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이 점점 더 다양한 빛과 표정으로 커져간다.
1교시 시작종이 울려서 아쉬운 산책을 마치고 교실로 들어가려는데 어쩌다가 맨홀에 씨앗이 떨어져 자라나기 시작했던 봉숭아를 발견했다. 아이들과 어쩌나 하고 걱정을 하다가 구출작전을 펼쳤다.
내일부터 장마라는데 그대로 두면 맨홀 속에서 물에 잠긴채 죽을지도 모른다고..
운동장에 단단히 박혀서 굳어버린 흙 때문에 도저히 우리 힘으로는 안되겠다 싶었다.
보안관 아저씨에게 도움을 청해보자고 했는데 갑자기 남학생 여럿이 둥그렇게 둘러섰다.모두가 힘을 합쳐 하나! 둘! 셋! 하더니 놀랍게도 맨홀 뚜껑을 들어 올렸다.
그렇게 맨홀 뚜껑이 열리고 그 순간을 한결같은 바램으로 지켜보던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너무 감동이어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포기하지 않고 용감하게 자라준 봉숭아의 이름은 힘내라! 용감이! 긍정이! 씩씩이!
교장 선생님께 달려가 봉숭아를 함께 구해달라고 부탁했던 아이들은 커다랗고 멋진 화분에 용감한 봉숭아를 옮겨심어 새 보금자리로 만들어 주었다. 모둠끼리 돌아가며 돌봄대장도 정했다.
그리고 오늘 국어수업 연극 만들기의 주제는 봉숭아 구출작전. 작은 생명조차 귀하게 여기고 지켜낼 줄 아는 내 어린 영웅들은 오늘 진정한 슈퍼맨이었다.
이 어린 영웅들이 슈퍼맨의 기적같은 힘을 발휘해 그때, 그날 세월호를 힘껏 건져올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얼마나 좋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