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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임 Jan 02. 2021

안녕, 나의 2020년

with Covid-19


차마 짧은 시간에 다 쓸 수가 없을 정도로, 참 많은 순간, 수많은 계획과 예상과 일상이 어긋나는 것을 겪어야 하는 한 해였다. 아쉽게도 예상대로 진행된 것은 내가 복직을 하고 워킹맘이 되는 것 뿐이었던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치뤘던 봄이의 돌잔치, 결국 취소했던 가족 미국여행, 부산에서 가서 축하해 드릴 수 없었던 엄마의 환갑생신, 입소를 미뤄야 했던 봄이 어린이집, 아무것도 예상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맞이해야 했던 복직, 처음으로 해 본 재택근무, 사상초유의 휴교령과 온라인수업, 마스크와 손세정제가 일상이 된 사회, 친구들을 만나려할 때마다 강화되고 마는 사회적 거리두기, 결국 봄이와 한번도 가보지 못한 키즈카페와 아쿠아리움, 매주 온라인으로 진행한 비대면 업무회의, 그리고 zoom을 통해 화상으로 진행 했던 오늘의 종무식까지 일상의 모든 것이 달랐던 2020년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일탈이 아니라 그 어느때보다 일상을 갈망했다. 가벼이 여겼던 일상의 소중함을 무겁게 깨달았고 가족과 친구, 이웃, 동료들이 건강한 것에 정말로 감사했다. 잠시 지나면 끝날 것 같았으나 어느덧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된 후에는 나름대로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가며 행복을 찾았던 것 같다. 되돌아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과 좋은 시간을 보냈던 때가 있었고, 밖에 놀러 갈 수가 없어서 가까운 가족을 더 방문할 수 있었고, 봄이와 남편과 더 많은 시간을 집에서 함께 보낼 수 있었다. 야근에, 업무 스트레스에 힘들 때도 많았지만 이런 경제상황에서도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천만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주말이면 밖으로 나가야 직성이 풀리는 내가 집이라는 갇힌 공간에서 여지껏 이렇게 오래 있어본 적이 있을까 싶은 날들이었지만 가족들과 더 애틋해지고 더 많은 시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에,  지금까지 이 불안한 환경에서도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한 것에, 또 우리가 생계로 고통받은 상황에 처하지 않은 것에 정말 감사해야 할 것 같다. 일년 동안 코로나와 전투를 벌이느라 지쳐있을 현장의 의료진들과 공무원들 그리고 생계의 어려움을 겪는 많은 분들이 내년에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실 수 있기를, 새해에는 이 전염병이 잠잠해 지기를, 친구들과 여럿이 마음 편히 만나서 밥 한끼 먹을 수 있기를,  마스크를 끼지 않은 사람들의 얼굴을 봄이에게 보여줄 수 있기를, 아이들이 마스크를 끼지 않고 뛰어놀 수 있기를, 입학식과 졸업식으로 축하 받을 수 있기를, 누군가는 미뤘던 결혼식을 치를 수 있기를, 그렇게 우리의 삶이 다시 회복될 수 있는 2021년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전무후무한2020 #aftercoronavirus #2020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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