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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벨 Apr 15. 2020

남편의 엄마


시어머님 전화를 받았다.

내가 예쁘시다면서 용돈을 보내셨단다.

그리곤 당신께서 시어머니인 것을, 남편의 엄마란 걸 잊지 말라셨다.

힘든 걸 말하라고, 마스크가 없으면 손윗시누이나 당신들께 도움을 요청하라고, 그래야 가족이라고.

친정 식구들이 약국에 줄을 서서, 혹은 직접 재봉틀로 신랑 마스크를 만들어 준 일을 두고 하시는 말씀이었다.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듣고 있던 남편 얼굴이 굳어졌다.

나는 용기를 냈다.

- 제가 힘들다고 친정에 말을 해서 도와주신 게 아니라, 먼저 연락와서 마스크 있냐고 도와줄 거 없냐고 물어보셨어요.


내가 너무 예쁘다던 어머님은 어른이 말하면 그냥 네. 하면 되는 거라 하셨다.

- 네. 네. 네.

그 뒤 통화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난 열심히 네. 만 반복했다.

그리고 밥 먹던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출근하러 나오는 길,

어머님께서 계좌 이체해 준 용돈을 내 지갑에서 꺼냈다.

- 어머님이 주신 거 너 가져.

연이어 난 5만원을 한 장 더 꺼냈다.

- 난 널 사랑하니까 더 줄게.


시원하고 통쾌하게 나왔는데

집을 나서고 지하철을 타서야 알았다.

다들 봄인데 나 혼자 겨울에 있음을.

오락가락하는 어머님의 마음이 나를 겨울에 보내버렸다.

봄은 언제나 오려나.




+헤어지려고 쓰는 글이 아닙니다. 날선 평가와 지적은 잠시 내려놓으셔도 괜찮습니다. 비방을 위한 공유는 사양하겠습니다. 아무런 평가 없이 그저 자유로워질 수 있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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