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따뜻한 순간들이 중요한 이유
혹시 어릴 적 아버지와의 기억이 많지 않으신가요?
어릴 적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다소 엄하고 무서웠나요?
제가 그랬습니다. 어릴 적 부모님, 특히 아버지와의 기억이 많지 않았어요.
아버지와는 제가 크고 나서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이런 저도 아버지와 한 가지 선명한 순간이 있습니다.
어릴 적 약주 한 잔 하고 오신 아버지께서 옛날 시장 통닭을 사 오시고 까칠한 턱을 비비시며 "내 새꾸들!" 하시던 그 순간. 재밌는 건 아버지께서는 오히려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고 하십니다.
이제는 저도 6살 아들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아이를 양육한다기보다 아이와 함께 성장한다는 느낌을 더 많이 받습니다.
저희 집은 매일 밤 아들이 자기 전 책을 읽어주고, 옛날 얘기를 들려줍니다.
옛날 얘기는 대부분 아빠가 기억하는 아빠도 들었던 옛 얘기들에 적당히 각색한 버전이지요. 제 아들의 최애는 달토끼 얘기입니다.
놀라운 건, 아들이 말을 더듬더듬하던 시절 해준 옛날 얘기들도 기억을 간직한다는 겁니다.
이야기를 정확히 기억한다기보다는, 그때 아빠가 이렇게 얘기했어 재밌었어 식으로 그때의 감정을 기억하더군요.
저는 이것이 부모가 아이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자 특권이라고 생각해요.
아이와 소소한 일상의 순간들, 따뜻한 감정들이 쌓여 한 사람의 인격과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언젠가 아버지께서 제게 농담조로 "숭이(아들) 그렇게 데리고 다녀도 나중에 기억을 하간?"라 말씀하셨어요.
저는 껄껄 웃으며 이렇게 답했습니다.
"바다, 산 어디 갔는지 기억을 못 해도 상관없어요 아부지. 그냥 숭이가 우리 예전에 다 같이 바다 갔었잖아, 좋았는데 그치? 이거면 충분해요."
무엇을 했는지, 어디를 갔는지 아이가 정확히 기억 못 해도 괜찮습니다.
그때 가족과 함께한 그 따스한 감정을 기억한다면 충분합니다.
올해 추석처럼 긴 연휴는 가족들 모두가 추억을 쌓기 좋은 기회입니다.
가족, 친지들과 함께 모두 행복한 행복한 추석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