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입문 Dec 14. 2021

헤어지는 것이 익숙할 때도 됐는데

#대체왜 #박건우 #FA잔혹사 #야구계의당근 #두산베어스 #NC다이노스

        10년이 다 되어간다. 내가 처음 야구를 보며, 처음 좋아했던 선수들과 감독을 무참히 뺏긴 지. 자초지종을 살펴보면 선수들에겐 좋은 일이었고, 감독에게도 새 출발의 시간이었다. 선수 '이종욱, 손시헌' 그리고 김경문 감독이다. 이렇게 추운 겨울에 팀에서 방출 당해 길을 잃고, 자비 출판 같은 심정으로 신고 선수로 출발한 두 선수가 2군으로, 1군으로 그리고 주전 멤버로 올라온 그 길은 드라마였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목 놓아 응원했고 (젊었고) 다쳤다가 돌아온 복귀전에서 눈물을 철철 흘렸다. 그렇게 좋아했던 선수였다. 날쌔고, 빠르고 성실하고 친구끼리 사이도 좋고. 보기가 좋았다. 감독님은 어쩐지 흰머리가 멋지고, 중후한 느낌이 드는 상상 속의 감독님이었다. (슬램덩크와 관련은 없다) 그 세 명이 좋아서 디자이너도 섭외하고, 업체도 찾아 공구를 만들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그 열정은 FA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게 뭔지 정확하게 몰랐다. 홍성흔이 왔다 갔다 했다지만, 당시엔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저 매년 겨울만 되면 유명한 선수가 큰돈을 받고 다른 팀에 가는 절차구나 생각했다. 목 놓아 응원하던 내 선수가 어디를 간다는 상상을 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도 FA가 왔다. 이종욱과 손시헌이 다이노스로 이적한 것이다. 좋아하는 선수를 모조리 뺏겼다. 나는 심각하게 마산으로 가야 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당시에 내가 응원했던 마산구장은 콜라가 들어있어야 할 아이스박스에 소주팩이 가득한 멋지고도 위엄 넘치는 곳이었다. 그렇게 2015 마음이 붕 뜬 채로 어영부영하던 사이 우승해버렸다. 그 해부터 박건우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문제는 다음 해였다.


        내가 좋아하는 팀과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정면 대결한다. 자아 분열해버린 2016년 한국시리즈. 결국은 베어스가 이겼다. 이기고도 그들을 2등으로 만들고 말아서 슬펐다. 1등이 되고도 김태형 감독이 울었고, 나도 울었다. 얼마나 기다렸는지, 그리고 창단한 지 얼마 안 된 팀이 거기까지 올라오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베어스에 있을 때부터 10여 년간 우승을 향해 달려온 길을 알기 때문에, 다시 한번 겪어야 할 2등의 설움이 안타까웠다.


        흥, 하지만 이젠 아니다.


        FA 박건우 100억!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은 사진을 보고야 말았다. 2020년 우승도 해봤지 않은가! 양의지도 가져갔잖아. 코치로 여전히 이종욱과 손시헌을 데리고 있고, 약 오르게 이용찬도 있다. 아니 여기가 야구계의 당근도 아니고 왜! 돈이 없는 서러움을 현실이 아닌 야구에서도 느끼는지. 열이 받는다. (그래도 그룹인데 이렇게 밀리나- 여하튼 TJ의 쿠폰은 거부한다) 내가 이렇게 섭섭한데 한 팀이었던 구공즈(90s) 정수빈, 허경민은 얼마나 섭섭할까. 미안하다고 적은 편지, 내가 친구한테 보내는 편지처럼 친근하면서 그들에게 보내는 마음이 전해졌다. 다이노스는 선수의 마지막을 잘 챙겨주는 편인 거 같아 마음도 놓인다. 박건우도 좋은 환경에서 잘 생활하면 좋겠다. 이종욱이랑 손시헌과도 만나려나. 부럽다.


          수년간 마음을  선수가 떠난다는  충격이다.  순정은 어디로 가야 하나.  클럽맨( 평생  팀에서만 활동한) 선수가 조금  많아지면 좋겠다. 저니맨(옮겨 다닌 선수들) 나쁘다는  아니지만, 순정을 바치는 입장에서는  섭섭함을 매번 겪는 것도 힘들다.  그래도 세상사에 이별이 많은데, 선수와도 이별하는  아무래도 힘들다. 그리고  클럽맨을 하고 나면 은퇴도  멋지게 챙겨줄  있지 않은가. 은퇴도 새로운 출발이기에 양준혁처럼 멋있게 하면 좋겠다. 15년째 마음만 복잡한 스토브​, 하나도  따뜻하다,


        매 번 보내서 이제 겨울이 익숙할 법도 한데, 여전히 섭섭하고 여전히 아쉽다..



박건우 100억


매거진의 이전글 패배의 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