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입문 Nov 19. 2021

패배의 변

#2021KBO #두산베어스 #KT위즈 #한국시리즈 #충격의4연패

부족한 건 절실함이었다.


박세혁이 1루를 가지 않고 돌아섰을 때, 유한준이 홈까지 뛰어올 때.

김재호가 공을 포기했을 때, 박경수가 포기하지 않았을 때.


(좌) 두산베어스 유격수 김재호, 유땅을 놓치고 있다. (우) KT위즈 2루수 박경수, 슈퍼캐치를 해냈다.



승부가 갈라졌다고 느꼈다.



지금 저게 38세 2루수의 플레이인가요?



해설이 감탄하며 말했다.

 후엔 다음 플레이에서 희망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라운드에서 고개를  숙였다. 나는 대단한 야구 선수도 아니지만, 리그 경기를  때면 언니들이 이런  가르쳐 준다.


-      그라운드에서 고개 숙이지 마. 지는 기운이 오니까.

-      벤치에서는 팀을 으쌰 으쌰 일으키자. 이기는 기운이 나니까.

-      실패해도 그다음 플레이를 포기하지 말자. 그래야 이기니까.



두산베어스 포수 박세혁, 주루를 포기했다.


  못했다. 그라운드 안에 서있는 선수도 벤치도 못했다. 문제는 그라운드 밖의 나도 못했다. 병살타가 나면 고개가 숙여졌고, 한숨을 쉬었고, 다음을 기대하지 못했다. 패배가 바로 옆에 서있다고 느꼈다. 베어스 용품 가게에서 포스트시즌과 한국시리즈 패치를 팔고 있었다. (유니폼에 붙이는 천으로  스티커 같은 제품이다.) 올해 포스트시즌 패치만 사면 되겠다.’ 싶었다. 그게 그라운드 밖에서 내가 졌을 때가 아닐까? 사실  만족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7위를 오가던 팀이 가을야구를 한다고 했을 . 잠실 옆집을 이겼을 . 자신 있게 말할 수가 없다. 올해의 목표는 ‘우승이었다고. 1루로 갈려는 마음이 없는데 발이 닿을 리가 없다.


박경수는 인터뷰에서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말년에 정규시즌 1할을 기록한 선수가, 그 해 한국시리즈 MVP를 받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박경수는 본인이 1할 타자였지만, 우승을 바랐다. 절실하게.

세리머니를 중간에 멈춘 후배들이 MVP 이자 형, 박경수를 기다리고 있다.


패배했고 분했지만, 박수를 칠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목발을 짚고 나오는 박경수, 베테랑 유한준을 기다리는 후배들의 모습. 그야말로 팀 KT,  우승팀 그 자체였다.


야구 경기를 하고 하면 그저 누워서 자고 싶을 만큼 지친다. 다리에는 감각도 없고, 온몸은 땀과 흙먼지가 섞여있다. 씻지 못하면 차도 타기가 싫다. 그 상태에서 얼얼한 종아리를 부여잡고 서서 박수를 치는 건 쉽지는 않다. 하지만 그만큼 승리한 그들의 모습은 훌륭했다.  축복의 모습을 7  라이온즈로부터 우리는 배웠다. 2위의 서글픔 때문에 6 전에는 이기고도 눈물이 흘렸다. 1위가 되지 못한 모두를 가끔은 돌아볼  있다면 어제보다는  좋은 오늘이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서 보는 이들도 발전했다. 충격적인 4연패였지만 (다행히) 그라운드에 맥주병이 날아오지 않았다. 변하지 않을  같더니 그렇게 조금씩 성장했다.

2021 한국시리즈, 4경기를 내리 졌지만, 우승팀을 위해 도열하고 손뼉 쳤다.


이번 시즌이 끝이 났다. 최선을 다했고, 야구의 ‘마지막 날’을 함께할 정도로 끝까지 했다. 남은 아쉬움과 성장은 내년의 몫이다. 패배에 화나는 만큼 나 자신은 최선을 다했는지 고민이 된다.



포기하면  순간이 바로 시합 종료예요


우리가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려선  되는 이유일 것이다.

바라는 미래를 놓지 말고, 상상하기를 포기하지 말자.


그래야 1루를 가니까.


늘 1루로 전력질주 하던, 삼성 라이온즈 양준혁


p.s : 슬램덩크 다시 보고 싶네요. 내년엔 제가 좋아하는 김재호 선수가 (경수형 처럼) 언제까지고 달려주길! 박세혁 선수가 포기하지 않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동메달을 땄으면 괜찮았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